매일신문

수거 '도청테이프' 내용 영원히 묻히나

검찰이 안기부 특수도청팀 미림의 팀장이었던공운영씨 자택에서 추가로 확보한 불법 도청테이프 274개에 담긴 내용이 외부에 공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시 불법도청이 정치권 등 각계의 최고위 인사를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내용이 공개될 경우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오겠지만 실정법에 비춰검찰이 자진 공개할 확률은 전무하다.

통신비밀보호법이 불법 도청된 테이프 내용의 공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2년 대선 직전 터진 '초원복집' 도청사건 이후 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은 불법 감청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감청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할 경우10년 이하 징역과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 역시 통신비밀보호법 적용의 예외대상은 될 수 없으므로 불법도청테이프 내용을 공개한다면 준사법기관인 검찰 스스로 명백한 위법행위를 저지르는셈이 된다.

다만 검찰이 테이프에 나타난 등장인물의 위법행위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할 경우테이프 내용 자체는 아닐지라도 수사과정을 통해 테이프에 담긴 내용이 외부에 알려질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테이프 내용의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테이프를 폐기해야 한다는 의미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일반적인 사건에서 확정판결 이후 관련증거의 폐기를 원칙으로 삼지만중요사건의 경우 증거를 보관할지, 폐기할지, 또 보관한다면 얼마나 오래 보관할지를 별도의 내부위원회를 통해 결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이 테이프를 폐기할 것인지를 현단계에서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검찰이 현재 수사 중인 도청 테이프 제작 및 유출 혐의에 관련된 인사들에대한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테이프를 폐기해선 안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테이프가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검찰이 테이프 내용에서 드러난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경우에도 처벌 대상인사들의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테이프를 보관해야 한다.

다시 말해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법적 판단이 어떤 형태로든 확정된 후 폐기여부를 따져야 할 상황이어서 해당 시점에 '판도라의 상자'인 도청 테이프를 보존할지를 놓고 또 한번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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