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시 고개드는 '공운영-천용택' 뒷거래설

옛 안기부 특수도청조직인 '미림'팀 공운영(58) 전 팀장의 자택에서 도청테이프 274개와 녹취보고서 13권이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공씨와 천용택 전 국정원장 간의 뒷거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공씨가 1999년 당시 국정원 감찰실장이었던 이건모(60)씨에게 테이프 200여개를반납하기 전 미리 따로 복사본을 만들어 둔 뒤 이씨를 거치지 않고 천 원장과 '직거래' 했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새롭게 생기고 있는 것이다.

천 전 원장과 공씨 사이의 뒷거래 의혹은 그간 국정원 전직 간부와 정치권에서잇따라 제기됐다.

물론 당시 공씨의 테이프를 회수했다는 이건모(60)씨는 이같은 뒷거래 의혹을부인했다.

과거 국정원에서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이 공씨를 설득하는 방법으로 테이프를전량 자진반납 받았기 때문에 뒷거래를 할 이유도 없고 뒷거래할 사안도 아니라는게 이씨의 해명이었다.

하지만 이런 이씨의 해명은 공씨의 집에서 도청테이프와 녹취보고서가 무더기로발견되면서 신빙성을 잃게 됐다.

이씨가 뒷거래설을 전면 부인한 것은 공씨에게 속아 실제로 모든 도청물이 반납된 것으로 알았거나 도청자료 미반납 사실을 충분히 의심했음에도 X파일 공개에 따른 파문 확산을 막으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씨는 천용택 당시 국정원장에게 테이프 회수사실을 보고한 뒤 "자료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접근은 피하시는 게 좋겠다. 자칫 잘못되면 국가에 큰 화를 끼칠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불행해질 수도 있다"며 1999년 12월 자신이 알아서 소각했다고말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천 전 원장은 1999년 12월 15일 검찰출입 기자들과 가진 비보도 전제 간담회에서 1997년 정치자금법 개정 이전에 삼성이 중앙언론사 고위 간부를 통해 김대중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보내왔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킨 일이 있다.

만일 이씨가 천용택 당시 원장에게 테이프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런 내용들을 파악하고 기자들에게 얘기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또한 DJ의 정치자금과 관련한 발언이 "정치자금법 개정 전에는 받았지만 개정후에는 한푼도 받지 않았다"는 해명성 발언이었다면 천 전 원장이 왜 굳이 법원과검찰을 담당하는 법조출입 기자들에게 DJ의 '법적 결백'을 강조했는지도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이러한 의문들은 앞으로 검찰이 수사를 통해 낱낱이 밝혀내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할 과제다.

(연합)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