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좌절은 없을 겁니다."
6개월 만에 만난 이승엽(29·롯데 지바 마린스)의 모습에는 자신감과 여유로움이 배어 있었다.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고 입에서는 쉼없이 얘기가 쏟아졌다. 지난 1월 대구를 방문했을 때에 느껴졌던 다소 위축된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29일 밤 일본 후쿠오카 리시데츠 그랜드호텔에서 만난 이승엽은 "오랜만에 우리나라 말을 하는 것"이라며 시종 유쾌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전날 속칭 '바리깡'으로 직접 머리를 깎았다며 까까머리 모습에 검은색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이승엽은 현재의 심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거침없이 토로했다.
◇"아시아 홈런왕 위용을 드러내다."
이승엽은 올 시즌 지금까지 7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7(258타수 69안타), 22홈런, 53타점을 기록해 퍼시픽리그 홈런 단독 5위, 타점 11위에 올라있다. 팀 내에서는 부동의 홈런 단독 1위로 플래툰 시스템의 악조건에서 거둔 성적이다. 지난해 100경기에서 타율 0.240, 14홈런, 50타점의 성적과 비교하면 실로 놀라운 성장이다. 이승엽은 올 시즌 선전에 대해 '적응'이라며 "겨울 동안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고 털어놨다.
밑바닥을 경험한 이승엽은 한층 성숙해져 있었다. 이승엽은 팀 내 홈런 1위지만 29일 소프트뱅크전의 선발 출전에서 제외됐다. 상대 선발투수가 일본 퍼시픽리그 다승 1위(12승)인 왼손 스기우치이기 때문. 자존심 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여기는 삼성이 아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한다"라며 "일본 투수들의 공은 국내 선수들과 다르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제구력과 볼 배합, 포수의 투수 리드 등이 국내에 비해 한 수위라는 말이었다. 타율이 다소 낮은 것에 대해 "투수들이 좋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30홈런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57개의 홈런기록에 비해 너무 겸손한 것이 아니냐는 되물음에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첫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하면 다음 타석에선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타석에 들어서지만 이곳에서는 긴장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올스타전에서는 2군에서 경기를 했지만 1년 만에 많이 변했다"며 스스로 대견해했다.
이승엽은 인터뷰의 많은 부분을 일본 프로야구에 대한 소개에 할애했다.
그는 "일본은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프런트 직원, 프로선수로서 생활 등에 있어서 배울 것이 많다"라며 "시스템이 잘 돼 있어 팔, 다리, 하체 등 신체 부분별로 트레이너가 별도로 나뉘어져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부진할 때나 올 시즌 성적이 좋을 때도 변함없이 격려해 주는 일본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고 마침 인터뷰 도중 옆을 지나가던 동료 이마에(3루수)를 기자에게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언론이 너무 앞서 나가요."
롯데가 내년도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는 최근 보도에 대해 이승엽은 "직접 들은 바 없다"며 "왜 그런 기사가 보도됐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많다"며 "현재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올 시즌 두드러진 활약으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지만 대부분 거절한다는 이승엽은 "연예계 관련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도 상당하다"며 인터뷰 한 적이 없는 국내 언론이 인터뷰 한 것처럼 왜곡된 기사를 내보내 마음 고생이 심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면서 재일교포들로부터 격려도 많이 받는다. 이승엽은 "오사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사장님은 지난해부터 많은 도움을 준다"며 "그 외에도 기분 좋아하는 교포들이 많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1주일 후면 아빠"
이승엽은 곧 아빠가 된다. 아내 이송정씨가 1주일 후 출산 예정이며 아들일 것이라고 한다. 이승엽은 "홈 경기 때 출산했으면 한다"며 "곁에서 지켜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아내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드러냈다. 이승엽은 일본어가 다소 부족한 것을 제외하고는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이승엽은 휴식 시간이면 책을 읽거나 비디오를 빌려 본다. 지난해에는 인터넷 웹 서핑에 많은 시간을 소비했지만 시력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 같아 취미를 바꿨다는 것. 이승엽은 "김성근 감독님이 책을 많이 주셨다"고 말했다.
지역 팬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이승엽은 대뜸 "목소리 큰 아저씨 요즘도 자주 경기장에 나와요?"라며 물은 뒤 "원래의 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열심히 하고 있고 밑바닥까지 가봤기 때문에 이제는 어른이 됐다. 지켜봐달라"고 성원을 부탁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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