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 선진야구와는 정반대 행보

선동열 삼성 감독(42)이 에이스 배영수(24)를 또 불펜요원으로 기용했다.

배영수는 31일 잠실 두산전에서 4-3으로 앞선 연장 11회말에 마무리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번 잠실 경기에서 선발 복귀설이 솔솔 피어났던 배영수는 결국 '전가의 보도'로 쓰였다.

연장 10회말부터 덕아웃 근처에서 러닝으로 몸을 풀던 배영수는 11회말 구원 오승환이 선두 안경현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후속 임재철과 볼카운트 2-2로 팽팽히 맞서 있던 상황에서 공을 이어 받았다.

양일환 투수코치의 말에 따르면 그는 분명 3일 대구 SK전에서 후반기 첫 선발로 나설 예정이었다. 29일 두산전에서 3이닝 동안 32개를 뿌리며 세이브에도 성공한 터라 더 이상의 불펜 투구는 없을 것이라는 게 삼성 코칭스태프의 전언이었다.

배영수 자신도 이날 경기 전 "3일 SK전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영수는 이날도 불펜 투수로 나왔다. 이날 삼성 불펜에서는 나올만한 투수가 없었다.

전날 선발 권오준이 2이닝만 던지고 조기 강판하는 바람에 불펜 투수들이 예정보다 많이 던졌다. 김덕윤, 안지만 등이 이날 나올 수 있었으나 한 점차 박빙의 상황에 내보내기는 미덥지 못했다.

그렇다고 배영수를 다시 마무리로 내보낸 것은 난센스에 가까웠다.

삼성은 이번 두산과의 3연전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여 승차를 벌릴 야심이 있었다. 이번 3연전 이전까지 두산에 3승 8패로 열세를 보였던 것도 있었고 선두 굳히기를 위해서는 두산은 꼭 넘어야할 산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한 게임이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포스트시즌이 아니라 정규시즌의 일부였다.

1승을 채워 기분 좋게 대구행 버스에 오르고 싶었을지 몰라도 더욱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야구의 발상지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투수가 시즌 중 마무리로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스턴 에이스 커트 실링이 현재 마무리로 나서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컨디션이 좋지 않고 특히 마무리 키스 포크가 부상으로 빠져 있기에 일시적인 보직 변경으로 이해되고 있다.

국내프로야구 초창기 선발-중간-마무리 개념이 확립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면 이제 젊은 감독들은 세계 야구의 대세인 마운드의 분업화를 지켜가야할 책임이 있다.

특히 이런 분업화 체계를 확실히 지켜왔던 선 감독이기에 아쉬움은 더했다.

삼성은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두산전에서도 석연치 않은 투수 기용으로 입방아에 오른 적이 있다.

1선발이 유력했던 배영수가 팔꿈치 부상으로 등판이 2차전으로 연기됐던 것.

그러나 이면에는 삼성이 두산 1선발 게리 레스에게 약했던 탓에 맞대결이 부담스러워 배영수를 2차전 선발로 돌렸을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나돌았다.

실제 배영수가 2차전 승리투수, 4차전 세이브 투수로 맹활약하면서 이런 설은 더욱 설득력을 얻었지만 포스트시즌이라는 점이 참작됐다.

이날 삼성의 마무리로 나선 오승환은 이번 주에 이날까지 3게임밖에 나서지 않았다. 전날까지 투구횟수도 2이닝에 지나지 않았다. 오승환을 계속 밀었더라면 위기에서 더욱 강한 마무리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도 있던 터였다.

배영수가 힘겹게 세이브에 성공, 삼성은 4연승을 달렸지만 씁쓸한 맛은 지울 수 없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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