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부 시절 정치권과 재계, 언론계, 재야 등 각계 각층을 광범위하게 도청한 것으로 추정되는 안기부 도청 자료가 검찰의 손에 무더기로 넘어가면서 그 내용과 공개 여부를 놓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 내용은 현재 살아있는 정치, 재벌 권력의 치부와 관련된 내용일 수도 있어 '판도라의 상자'로까지 불리는 안기부 불법 도청 자료를 손에 쥔 검찰의 고민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정치권 표적 도청이었을까.
일부에서는 YS 정부가 야당정치인들을 겨냥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YS정부가 탄생한 1992년에 해체됐던 미림이 정권의 핵심 관계자인 '누군가'의 지시로 2년여 만에 재건됐다는 게 유력한 근거다.
불법 도청 자료를 넘겨받은 김대중 정부가 집권 초 도청 실태와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도 '침묵'한 것은 자료가 자신들의 치부를 담고 있었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소통령'이라 불렸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국정 농단'으로 비난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야당 정치인들이 주요 도청 대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다수설이다.그들 중 일부는 김대중 정부를 거쳐 지금도 정치에 몸담고 있는 인물일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검찰은 보안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공개된 X파일에 당시 이학수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의 대화가 담긴 점을 보면 야당 정치인에 대한 표적 도청과 함께 5대그룹, 주요 언론사 등 '사찰' 성격의 광범위한 도청 자료가 검찰 압수물에 포함됐을 것이라는 추론도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검찰, '판도라 상자' 확보 왜 공개했나
국정원의 자체 진상 발표 전 검찰이 274개나 되는 도청 테이프와 3천여 쪽 안팎의 녹취보고서 입수 사실을 전격 공개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당초 검찰이 압수 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려 했으나 삼성 등 재계와 정치권, 언론에서 사실 확인이 들어오자 이를 전격 공개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삼성 관련 도청 자료 공개 이후 비난 여론이 삼성과 검찰, 중앙일보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검찰이 '물타기' 목적으로 자료 확보 사실을 공개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형성되고 있다.
'권력의 치부'를 한 손에 틀어쥔 검찰이 수사권 조정, 사법개혁, 공직비리수사처 신설 등 검찰의 생존과 관련된 현안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는 호사가들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검찰 관계자는 "정의를 위해 갈 뿐이다. 어차피 압수 사실은 공개해야되는 것 아니었느냐"며 공개 배경에 대한 의혹 제기를 일소했다.
◇삼성 도청 테이프 미리 알았나
도청 테이프로 삼성 측을 협박한 혐의로 구속된 박인회씨의 변론을 맡은 강신옥 변호사는 "박씨가 이 부회장을 만났을 때 이 부회장이 다른 사람에게 전화해 '여기 비슷한 게 또 있는 것 같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 당시 다른 경로를 통해 비슷한 도청 자료가 유포됐을 가능성을 짐작게해주는 대목이다.재미교포인 박씨는 삼성 측을 협박했던 테이프의 내용을 CD 2장에 담아 미국 자신의 집과 은행 금고 등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검찰은 구속된 박씨를 상대로 문제의 CD 회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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