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에서 만난 전명호(18·북구 침산동·대구공고2), 도정훈(18·북구 산격동·경상공고2)군은 땡볕에서 연방 땀을 훔치며 '레스토랑 오픈기념' 전단지를 건네고 있었다.
"방학 한달 동안 알바(아르바이트)비를 바짝 벌어 청바지와 신발을 사겠다"는 정훈이. "얼굴 여드름 치료를 위해 피부과에 가겠다"는 명호. 시간 당 3천 원을 받으며 하루 4시간 이상 일하고 한달 뒤 월급을 받는다고 했다.
▲청소년 아르바이트 백태
방학 중·고교생 아르바이트는 대부분이 시간 당 1천300~2천500원 선.
액세서리점에서 속칭 '망보기(손님이 물건 훔치는 것을 감시)' 알바를 하면 시간당 1천500원 선이다. 이 알바는 주로 여중생들이 이용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 의류가게에서 손님들이 마구 구기고 간 '옷 정리'도 인기다. 호프집이나 레스토랑은 '예쁘고 잘생긴' 친구들 차지다.
중국집 배달도 고등학생들에게 인기. 북구 칠곡의 한 중국집에서 일한다는 명환(18)이는 "시급 5천 원에 일주일에 7만 원짜리 알바"라며 "원동기면허증이 없어도 오토바이만 탈 줄 알면 채용된다"고 했다.
취재진이 만난 학생 상당수는 "한달 동안 뼈빠지게 일해도 옷 한 두벌 사면 그만이고 친구들과 기념잔치 한 차례면 한달치 월급이 고스란히 날아간다"고 했다. 한 여학생은 "어렵게 벌어도 돈 쓰는 맛이 있잖아요. 그 맛에 한번 빠지면 방학 중 알바는 계속하게 되요. 우리는 메이커 아니면 안 입거든요."
▲속는 일도 많아
방학 전 '벼룩시장'을 뒤져 중구 동성로의 한 여성의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조신아(가명·18·ㄱ 정보고2년)양은 주인의 뜬금없는 주문에 당황했다. 애초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8시간 동안 일하는 걸로 알았지만 "아침청소를 위해 2시간 일찍 나오고 뒷정리로 1시간 더 일하라"는 요구였다. 주인은 "추가 알바비는 줄 수 없다"고 했다. 시간당 2천100원을 받으며 열흘 동안 고생한 신아는 결국 "일을 그만두겠다"고 통보하자 가게주인은 돈을 다 줄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니가 고등학생인걸 뻔히 아는데 내가 이 사실을 알리면 한푼도 주지 않아도 된다"며 "일주일치 알바비만 받아가라"는 말에 신아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남구 대명동의 한 치킨점에서 '주택가 전단지 배포' 알바를 했던 김민아(17·여·고1)양도 결국 닷새치 알바비를 받지 못했다. 장당 10원을 받고 하루 5, 6시간 씩 돌아다녔지만 일이 너무 힘들어 2주간의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했던 것. 가게주인은 "일당을 쳐주면 갑자기 그만두는 학생들이 많아 2주 후에 알바비를 지불하겠다"고 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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