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치열한 의료시장 "개원비용 죽을 맛"

지난 달 칠곡군 동명에서 대구 달서구로 한의원을 이전한 한의사 권모(37)씨는 개원 준비에 무려 1년 6개월이나 걸렸다. 틈나는 대로 서울의 유명 한의원에서 코 질환 치료법의 '노하우'를 전수 받고 서울의 의료서비스 컨설팅업체에서 본인은 물론 직원들이 교육을 받았다. 전단지와 각종 매체 광고 등 광고비도 3천여만원에 이른다.

권씨는 "2년 전 개원할 때는 개원비용이 1억원 남짓이었는데 이번엔 3억5천여만원이나 들어갔다"며 "대구에는 한의원을 비롯한 의료기관이 포화상태여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덩달아 개원비용도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관간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개원을 준비중인 의사들이 외부 기관에 치료 기법을 배우거나 전문컨설팅을 받는가 하면 실내 인테리어 및 치료설비 투자 규모를 늘리는 등 살아남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난 3월 인근 건물로 이전한 수성구의 모 내과 원장은 "3년 전 개원할 때 병원 인테리어 비용이 4천500여만원(실 평수 40평)이었는데 이번에는 비용이 2배나 늘었다"며 "인테리어 비용뿐만 아니라 예전에 없던 의료장비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에 개원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대도시 의료기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구에서 구미, 안동, 울산 등지로 옮겨가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동기 의사들 가운데 대구에서 개원한 경우는 20~30%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4년 전 개원한 수성구의 한 의원은 지난해 연말 경기도 부천으로 옮겼다. 그럭저럭 현상 유지는 해왔지만 미래가 불투명다고 느껴 병원 프랜차이즈에 가입해 대구를 떠났다.

이같은 시대 흐름을 타고 의료기관 개원전문 컨설팅업체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입지 선정에서부터 인테리어 공사, 직원 교육, 의료장비 구입, 홍보 및 광고 등의 업무를 대행해 주고 있다는 것.

최근 한 인터넷 의료포털 사이트가 개원을 준비중인 의사 7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3%가 예상 개원 자금으로 1억5천만~3억원이 들 것이라고 답했다. 개원을 위한 융자금 규모에 대한 질문에 29%가 2억~2억5천만원, 26%가 1억~1억5천만원이라고 응답했다. 또 개원 준비과정에서 가장 힘든 점을 묻는 질문에는 '입지선정'이라는 대답이 85.4%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자금마련(7.3%), 인테리어(4.9%), 각종 장비선정 및 구입(2.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김양락 대구시치과의사회 부회장은 "치과의 경우 10년 전 만해도 개원 비용이 1억원 안팎이었으나 요즘은 3억~4억원에 이른다"며 "과당 경쟁으로 개원 비용이 높아지고 있는데 반해 의료수가는 묶여 있어 자칫 의사가 치료보다는 경영에 먼저 신경을 쓰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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