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유엔 '개혁 힘겨루기' 본격화

볼튼 유엔대사 임명 배경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존볼턴 전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을 유엔주재 미국대사에 임명함으로써 유엔 개혁을 둘러싼 미국과 유엔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미국은 '유엔은 돈만 먹는 무능한 기구'라는 인식하에 유엔을 일하는 기구로 개혁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반면, 비동맹 국가 등은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유엔을 '말 잘 듣는 미국의 기구'로 만들기 위한 기도라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의 한 소식통은 "볼턴 대사 임명을 계기로 유엔을 효율적인 기구로 변화시키겠다는 미국의 계획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사무국 예산 및 조직개혁과 부정부패 척결 장치 등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유엔은 191개 주권 국가가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공동체인 만큼 소유구조가 명확한 사기업을 개혁하는 방식으로 유엔을 개혁하려 할 경우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볼턴은 이날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을 받은 뒤 "우리는 (유엔이) 설립자의 이상에 걸맞고, 21세기에 민첩하게 행동할 수 있는 더 강하고 효율적인 기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강한 '유엔 개혁 드라이브'에 나설 뜻을 밝혔다.

이에 앞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국무부에 유엔개혁담당관을 임명하고 유엔의 의사결정 구조를 개혁하고 부정부패의 소지를 없애기 위한 다각적인 개혁안을 마련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전 개전을 전후해 유엔이 미국에 협력하기는커녕, 미국의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한데 이어 '석유·식량 프로그램 비리'까지 드러나자 '유엔은 비동맹 국가들에 끌려다니는 비효율적인 부패 기구'라며 대대적인 유엔 개혁을 검토해 왔다.

이에 대해 유엔 관계자들은 표면상 "볼턴의 임명을 환영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미국의 개혁 드라이브가 어느 정도의 강도로, 어느 선까지 추진될 것인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게 사실이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우리는 다른 미국의 상주 대표들과 함께 일했던 것처럼 볼턴과도 일할 것"이라면서 "유엔의 중요한 개혁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그가 오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스테펜 두자릭 대변인도 '볼턴 대사 임명에 대해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다른 모든 유엔대사와 마찬가지로 볼턴 대사도 사무총장에게 신임장을 제출함과 동시에 유엔대사가 되는 것"이라고만 말했다.

아난 총장은 그러나 "유엔대사는 다른 190개 유엔 회원국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유엔의) 행동이 취해지기 위해서는 그들 중 다수가 확신을 가져야만 한다"고 뼈있는 발언을 덧붙였다.

그는 "(유엔대사는) 주고받는 정신,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정신, 그리고 협력한다는 자세로 그들과 협력하는 정신을 갖고 올 경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아난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볼턴 대사 임명을 계기로 구미에 맞게 유엔을 개혁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할 가능성을 사전 경고하려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 소식통은 "유엔 사무국뿐 아니라 많은 회원국들도 볼턴 대사 취임 이후 미국의 움직임에 관심을 쏟고 있다"면서 "유엔을 이대로 둘 수는 없으며 예산·행정을 개혁하고 부패척결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으나 미국이 너무 독주할 경우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