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 시평-경북, 방폐장 전략을 짜자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이 마무리되었다. 경북은 도로공사를 포함하여 13개 기관을 유치하여 만족은 아니지만 '이만하면' 하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력 생산의 약 30%를 담당하고 있는 경북이 에너지 관련 기업으로 한국전력기술 단 하나 유치에 그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에너지-환경은 21세기의 화두이자 새로운 산업을 유발하는 견인차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북의 몫은 정해졌다. 더 달라고 조른다고 될 일도 아니다. 이제는 주어진 몫으로 효과를 극대화하는 과제가 남았다. 그 몫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공공기관 유치 과정에서 남긴 아쉬움보다 더 큰 실수를 범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에너지-환경 산업과 관련하여 가장 큰 국책사업은 양성자 가속기 사업과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건설 사업(방폐장사업)이다. 방폐장사업은 지난 20여 년간 역대 정부의 애로 국책사업이었다. 경북에서도 지난 90년대 지역의 파출소가 불에 타고 7번 국도가 폐쇄되는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시군민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냉정하게 생각하는 의식도 생겨났다. 그런데 문제는 방폐장 건설은 마치 중앙 정부와 해당 관련 시군의 문제인 양 그동안 뒷짐 지고 구경하듯 해 온 경북도에 있다. 구태여 타도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이러한 모습은 책임 있는 도정의 태도가 아니다.

현재 중앙정부는 큰 틀의 제안을 하였다. 방폐장 유치 지역에 한수원 본사를 이전하고 양성자 가속기 사업을 함께 주겠다고 하였다. 그 이외에 3천억 원 플러스 알파를 포함한 지역발전 계획을 제시하였다. 방폐장 관리 책임기관인 한수원 본사가 방폐장과 함께 있음으로써 주민들에게 지역 발전의 기회는 물론 과학기술 및 심리적인 안정을 주겠다는 것이고 양성자 가속기 사업을 통하여 해당 지역이 21세기의 에너지-환경 신생 산업의 기지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리고 주민들의 수용의사를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겠다며 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조심스럽게 탐색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역대 정부가 해왔던 방식보다는 진일보된 것이다. 그러나 시군민들은 비교적 냉정한 태도로 정부의 정책을 주시하고 있다. 그들의 관심은 첫째 지역의 환경과 안전에 미치는 영향, 둘째 지역 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있다. 그러므로 양성자 가속기 사업과 방폐장 사업을 경북으로 유치하려면 전략적 사고가 절실한 때이다.

경북으로 배치된 한국전력기술은 원전을 설계하고 안전성, 기술 및 경제성을 책임지는 회사이다. 그리고 한수원은 원전의 운전 및 전력 생산을 담당하고 우리나라 전력 생산의 40%를 책임지고 있는 회사이다. 그러므로 두 회사는 함께 있을 때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회사들이다. 그러므로 경북도는 방폐장 유치로 한수원의 본사가 들어설 지역에 한국전력기술을 함께 배치하겠다는 정책을 하루빨리 확정할 필요가 있다. 이 결정은 일개 시군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방폐장 사업을 경북도가 함께 고민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해야 할 일은 환동해권 국제핵환경연구센터를 설립하는 일이다. 경북이 방폐장 사업을 유치하고자 함은 환동해권의 핵 환경에 대한 책임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환동해권에는 이미 일본, 러시아 그리고 한국의 원전을 포함한 많은 핵시설이 들어서 있다. 3국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원전 온배수들이 동해로 배출되고 있다. 동해는 태평양과 같은 넓은 바다가 아니라 일종의 지중해와 같다. 그러므로 동해를 둘러싼 3국의 핵시설에서 나오는 각종 핵폐기물에 대한 조사와 연구, 그리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국제적 기구가 필요하다. 이것은 중앙 정부와 협력하여, 방폐장 유치와 함께 환동해권 국제핵환경연구센터를 설립(대덕 연구단지 소재 원자력 환경 평가 센터 이전 포함)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방폐장 사업은 국가의 중요한 사업이자 해당 지역에는 발전의 기회와 도전을 함께 주는 사업이다. 그러나 많은 주민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 정책들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정부의 진일보한 정책과 절차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경북도의 전략적인 사고와 책임 있는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박영무 아주대학교 교수(에너지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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