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이 극성인 한여름. 산으로, 계곡으로, 바다로 찾아드는 발길이 한창이다. 피서를 위해 또 땀을 흘려야만 하는 이상한 발길들이다. 하지만 아직 한여름이 찾아들지 못한 곳도 있다. 강원도 삼양대관령목장 일대다. 해발 850∼1470m인 대관령 일대 600만평의 고산지대는 지금 온통 초원이다. 그렇다고 마음 속으로만 그리워하기엔 너무 아깝다. 대구에서 3시간30분.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 영화 속 한 풍경이 있다. 편안하게 여름을 즐기고 싶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행지. 고원지대서 펼쳐지는 초록바다에 풍덩 빠져보자.
대관령목장을 ATV(All Terrain Vehicle : 4륜 산악오토바이)를 타고 오른다. 목장 안 비포장도로를 따라 승용차로 오르던 맛과는 딴판. 한겨울 순백의 설원 위를 걸어 오르던 맛과도 다르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는 일부러 피했다. 계곡을 가로지르고 비포장도로를 덜컹거리며 달리는 기분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 들뜸 자체다. 몸으로 전해지는 전율은 스릴 뿐만이 아니다.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의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정신없이 흔들리다 '이게 아니다' 싶어 엉덩이를 살짝 들어올린다. 그제야 떨림이 진정된다. 다시 완만한 경사지의 초원 사이로 난 소로를 달린다. 오른손 검지로 가속버튼을 누른다. 귀로, 손끝으로 속도감이 전해진다. 부앙. 가파르게 올라가는 엔진소리와 함께 최고시속 50㎞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대관령 고원지대 능선을 넘어온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시원한 바람에 심호흡을 해본다. 신선한 공기가 가득하다. 이게 자유고, 해방이다.
"ATV를 타고 초원을 달려본 사람은 그 맛을 쉽게 잊지못하고 다시 찾아옵니다. 탁 트인 시야를 가슴에 품고 오프로드를 달리면 어디서고 경험하기 어려운 스릴을 맛볼 수 있습니다."
(주)해피그린 삼양대관령목장의 김건수 전력사업본부장의 말이 자랑처럼 들리지 않는다. 아무런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모자랄 풍경. 풍력발전기 건설을 위해 낸 도로를 달려 첫 번째 목적지인 곤신봉에 올랐다. 멀리 동해전망대와 목장2단지, 오대산, 목장의 끝인 소황병산(1,430m)으로 가는 길이 까마득히 이어진다. 그 아래로는 온통 초록 카펫.
이곳서 동해전망대까지는 길이 좋다. 맘먹고 달리기 좋은 코스. 가속버튼을 잡은 오른손 검지에 기분좋게 힘이 들어간다. 나도 모르게 괴성이 터져나온다. 내지르는 소리는 감탄이다. 그제서야 쌓인 스트레스를 다 털어낸 듯 후련하다.
동해전망대엔 차를 타고 오른 사람들로 북적댄다. 여기저기서 사진·비디오 촬영에 한창이다. 하긴 이곳에선 누구나 모델이고 주인공이다. 저마다 웃음 띤 얼굴로 포즈를 잡는다.
전망대에 올라도 동해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희뿌연 안개가 시야를 가렸기 때문. 하지만 아쉽지도 않다. 돌아서면 녹색의 바다 아닌가. 지평선을 이룬 초록능선이 겹겹이다. 곡선의 모습이 아름답다. 초원의 바다엔 파도까지 있다. 시원한 바람에 물결처럼 흔들리는 풀들이 바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놀라울 뿐이다. 목장의 꼭대기. 이곳에선 바다도 눈에 보이고 바람도 눈에 띈다.
▶ATV는=흔히 4륜 오토바이로 부르는 산악 오토바이다. 어떤 곳이든 거침없이 달릴 수 있기 때문에 짜릿한 스릴을 즐기기에 좋다. 원산지는 미국. 농토 개량이나 목장에서 주로 사용하던 것이 약15년 전부터 레저용으로 개발돼 유럽, 아시아 등으로 보급됐다.
운전면허증이 필요없고 조작도 간단한 편. 시동을 걸고 오른손 검지로 가속버튼을 누르면 전진한다. 속도를 줄일 땐 브레이크를 움켜쥐면 된다. 생긴 것과는 달리 가속버튼을 갑자기 누르지않는 한 안전하다. 그래도 헬멧이나 고글, 장갑, 무릎보호대 등 안전장비는 필수. 가이드가 동행하기 때문에 안내에 따르면 된다.
목장 입구 휴게소 앞에 감을 익히기위한 연습코스가 있다. 서너바퀴돌며 감각을 익히고 본격 투어에 나서면 된다. 대관령 목장에서 체험하는 ATV는 비포장 산악 도로를 따라 물을 건너며 고개를 오르고 계곡과 능선을 주행하기에 짜릿한 모험을 즐기기에 좋다. 11세 이상 55세 이하 남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시간대별로 다양한 코스가 개발되어 있다. 동해전망대를 올랐다 오는 1시간 코스 3만2천 원. 목장일주 2시간30분에 6만2천 원. (033)336-0885.
▶삼양대관령목장은=대관령일대 600만평을 초지로 가꿨다. 목장 정상은 황병산. 맑은 날은 강릉 앞바다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레포츠 활동과 다채로운 이벤트가 펼쳐지고 수려한 경관을 배경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차를 타고 동해전망대로 오르는 길 중간중간에 영화·드라마 촬영지가 있다. '가을동화'의 준서 은서 나무, 태극기 휘날리며, 바람의 파이터,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등등 안내판이 즐비하다.
매년 30만명정도가 방문하는 이곳은 생태공원 유지관리비 명목으로 입장료 5천 원(숙박시설 이용시는 2천500원)을 받는다. 목장내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숙소도 있다. '가을동화'에서 준서와 은서가 지냈던 별장민박은 24평형으로 8명을 수용할 수 있다. 평일 13만 원, 주말과 성수기 18만 원. 콘도형 숙소인 숲속산장과 꽃밭양지는 8명 기준 평일 8만 원, 주말과 성수기에는 13만 원이다.
대구에서는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만종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횡계IC - IC 통과 후 우회전-다시 용평리조트 방향 우회전-청록원에서 좌회전-횡계초등학교-대관령목장 이정표 따라 약 6km가면 목장이다.
글·사진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 ATV를 타고 오르는 대관령목장은 승용차로 오르는 맛과는 딴판이다. 길 아닌 곳을 달리다보면 가슴 속까지 후련해진다. 동해전망대 부근에서 잠시 쉬며 바라본 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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