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잘하세요."
13년 만에 출소한 금자씨가 감옥 문을 나서 처음 마주하는 건 그의 구원을 기다리던 전도사. 금자씨는 그가 내미는 두부를 거부하며 이 한마디를 내뱉는다. 다소곳하고 여린 이미지의 이영애(금자씨)의 입에서 불현듯 튀어나온 이 한마디. 냉소적이고 신랄하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감독 박찬욱·제작 모호필름)가 기어코 일을 냈다. 개봉되기 전부터 '너나 잘 하세요'를 비롯해 '기도는 이태리 타올이야', '친절해 보일까봐' 등 갖가지 어록을 만들어내더니 급기야 개봉 첫 주 박스 오피스 1위에 등극,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살렸다. 그것도 그냥 1위가 아니다. 올 개봉작 중 최고 오프닝 기록인 동시에 역대 한국영화 개봉 성적 3위의 기록.
지난달 28일 개봉 이후 '친절한 금자씨'는 나흘간 전국 누계 145만8천 명(420개 스크린)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우주전쟁'의 오프닝 성적 143만 명을 제친 올 개봉작 최고 기록. 또 1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태극기 휘날리며'의 177만 명, '실미도'의 159만 명에 이은 역대 한국영화 개봉 첫주 스코어 3위의 성적이다.
'친절한 금자씨'가 관객을 싹쓸이하면서 아일랜드는 2위로 내려앉았다. 함께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스텔스'와 '로봇'은 각각 3, 4위에 그쳤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제작비 140억 원을 투자한 대작임에 비해 '친절한 금자씨'는 42억 원을 들였다. 이 영화의 초기 흥행 성공은 최근 계속된 한국영화의 부진을 우려하던 극장가에도 단비다. 올 상반기 8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한국영화들이 할리우드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뒷전으로 밀리면서 커가던 한국영화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셈. 한국영화가 박스 오피스 1위를 탈환한 것도 지난 6월 둘째 주 개봉한 '연애의 목적'이 한 주 동안 반짝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 한 후 처음이다.
'친절한 금자씨'는 박찬욱 감독의 상상력과 의외의 상황에서 터져나오는 폭소가 인상적인 블랙 코미디다. 여기에다 교도소에서 갓 출소해 복역 중일 때와는 딴판으로 변해버린 두 얼굴의 이금자가 멋진 콤비를 이뤄 흥행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이영애가 연기하는 이금자는 어린 날 백 선생(최민식)의 꾐에 빠졌고, 한 어린이를 유괴·살인한 죄를 뒤집어쓴 채 감옥에서 13년 세월을 보낸다. 백 선생에 대한 복수의 일념을 품은 그녀는 한쪽에서는 '친절한 금자씨'라 불리고, 다른 쪽에서는 '마녀 이금자'로 알려지는 등 이중적인 삶을 산다. 감옥에서 나온 그는 자신을 '친절한 금자씨'로 기억하는 감방 동료들의 도움을 얻어 백 선생에 대한 복수를 실행에 옮기게 된다. '친절한 금자씨'와 '마녀 이금자'. '도대체 진짜 금자는 누구인가'는 관객들의 몫이다.
이 영화를 지켜 본 관객들은 다양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 보이'에 이은 박찬욱의 '복수 3부작'의 완결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호평이 있는가 하면 '허무도, 코미디도 아닌, 괴이하고 인정할 수 없는 영화같지 않은 필름'이라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영화 관계자들은 이 같은 다양한 평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두고 이를 반기고 있다. 대부분 성공한 작품들이 똑같은 길을 걸었다는 이유에서다.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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