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염색산업단지 이전 어떻게 될까

새 단지 첨단·집적화 '힘 실린다'

대구 비산·평리동 일대 염색산업단지 이전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여론 주도층 사이에서 논의되던 이전론이 현실적인 힘을 얻어가고 있는 양상.

이전 논의에는 무엇보다 염색단지 입주업체들의 필요가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다. 대구시내에서 발전이 가장 더딘 지역인 서구 또한 20만 평에 육박하는 '신흥 개발지'를 품에 안게 돼 '서구의 변화'도 점쳐지고 있다. 서대구공단, 3공단 등 도심 공단들의 변화도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옮길 수밖에 없다

염색공단 측은 이전 배경과 관련, 대구 도심을 정비한다는 '대외 명분적 측면'도 있지만 '여기서 죽을 수는 없다'는 절박한 인식이 더 크다고 했다. 현재의 터에서는 더 이상 첨단화한 설비 증설을 기대할 수 없고, 발전을 담보해내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함정웅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은 "염색업체들도 이제 대형화, 첨단화로 가야 하는데 지금 이 자리에서는 새로운 길을 갈 수 없다"며 "현재 120여 개 업체가 18만 평의 터에 있는데 이전하면 약 절반 정도인 50~60개 업체가 이전에 참여, 대형화·첨단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더욱이 대구지역 직물공장 상당수가 대구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염색공단이 더 이상 대구 안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염색업체는 반월·시화 등 서울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

염색공단 측은 직물업체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대구에서 고속도로를 통해 30분~1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물 확보가 쉬운 낙동강 유역이 적합할 것이라고 했다.

◆후적지 개발이 난제

염색공단 측은 대구 도심을 바꾸자는 명분이 있는 이상, 현재 입주업체들에게 개발이익을 안겨줘 이전을 유도하는 작업 추진에는 무리가 없을 걸로 보인다고 했다. 게다가 관할 지자체인 대구 서구청이 염색공단을 이전하고 새로운 뉴타운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해 추진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

염색공단은 후적지에 50층짜리 주상복합건물 등 초고층 상업 및 주거시설을 세우는 한편, 현재의 하수처리장에는 꽃밭과 축구장을 조성하면 더없이 쾌적한 뉴타운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곳은 금호강변이어서 전망에서만큼은 신천변 고층아파트를 능가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구시는 도시계획을 바꿔야 하는 일인 만큼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염색공단은 일반공업지역임과 동시에 지방산업단지"라며 "산업단지를 상업지구 등 다른 용도로 바꾸기 위해서는 개발계획을 전면 재수립해야 하는 등 절차가 엄청나게 복잡해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엄청난 개발이익을 보장해 주는 지구 용도변경이니만큼 특혜 시비가 불가피해 대구시 입장에서는 쉽게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향후 전망과 과제

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 측의 입장이 워낙 강한데다 대다수 업체가 '찬성'입장이어서 이전 추진은 이르면 연말부터 본격화할 수 있을 걸로 보인다. 염색공단 이전은 대외적 명분에서 분명한 '방향성'을 갖고 있어 공론화하고 여론의 지지를 얻는 것은 큰 무리가 없다는 데 공단 관계자는 물론, 상당수 입주업체들도 동의하고 있다.

게다가 대구 인근 지자체가 염색공단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 확실시돼 새로운 이전지를 구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공단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염색공단에 필수적인 폐수처리시설 건설경비에 대한 부담 주체가 누가 될 것이냐, 또 이전지역에도 현재와 같은 열병합발전설비 등 인프라를 갖출 수 있느냐 등에 대해 입주업체들의 공감대를 모아야 하는 과제가 있다. 또 낙동강 유역으로 갈 경우, 위천공단의 예를 볼 때 '부산·경남지역이 가만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때문에 '앞길'이 바로 트일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현재 염색공단 터를 개발이 용이한 상업지구로 변경할 경우, 특혜 시비에 휘말릴지 모른다는 의문도 있다.

한편 3공단과 서대구공단 등의 변화도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구로공단처럼 첨단 아파트형 공장으로 가느냐, 또는 제조업체의 역외 이전 후 새로운 용도로의 개발로 가느냐의 두 가지 길 중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염색공단 이전이 가시화하면 이들 도심공단의 변화속도도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 대구염색산업단지=1978년 비산 염색 전용공업단지 조성에 관한 조례가 공포되면서 조성이 본격화했다. 1980년 3만t 규모의 폐수처리장이 건설됐고, 1980년대 초반부터 조성된 폴리에스테르 가공 붐으로 염색업체가 활성화, 집적이 급물살을 탔다. 1987년엔 열병합발전소가 건립됐고, 1994년에는 공단 내에 염색기술연구소도 설립됐다. 현재 121개 업체에서 8천8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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