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절, 콩나물시루 버스는 변태족들이 활개치기 딱 좋은 장소였다. 그런 변태족들은 지하철 시대와 함께 지금은 땅 속에서 활발하게 서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족속은 언제 어느 곳에서고 신출귀몰하게 나타난다. 여학교 근처에서,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서, 대낮의 버스 안을 가리지 않고 출몰한다. 바바리를 열어젖혀 알몸을 보여준 뒤 놀란 여학생들의 꺄악~하는 소리 속에 사라지는 '바바리 맨'은 이들 노출족'더듬이족들의 상징처럼 되고 있다.
◇ 지난 토요일 느닷없이 발생한 인디밴드 카우치 멤버의 성기 노출 사건은 온 국민을 향한 변태행위였다. 무심히 TV를 보던 사람들은 누구랄것 없이 정신이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무더위에 헛것을 봤나 싶어 눈을 비비고 팔을 꼬집기도 했다.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이른바 '~맨'들과 달리 무차별적 알몸 '생 쇼'였다는 점에서 더욱 악성 변태행위가 아닐 수 없다.
◇ "생방송인줄 몰랐다. 계획적인 것이 아니다" 라던 카우치 멤버들이 사건 발생 닷새가 지난 지금에서야 "장난삼아 일을 벌였다"고 털어놓아 사전 모의를 시인했다.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태연스레 거짓말까지 한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 '장난'이라니, 더욱 입을 다물지 못할 판이다. 그들의 생각 없는 '장난'으로 인해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전대미문의 충격파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 이런 참에 육영재단 주최 국토순례단에 참가한 초교 및 중학교 여학생과 여대생 등 열대여섯 명이 주최측 총대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또다시 우리를 충격 속에 빠뜨리고 있다. 대학생 조대장 12명이 공동 명의로 올린 폭로글에 따르면 모 고등학교 현직 교사인 총대장이 가방을 챙겨주거나 어깨를 만지는 척하면서 참가 여학생들의 몸을 슬쩍슬쩍 만지고 텐트에서 잠자는 아이들과 여대생들의 몸을 더듬었다는 것이다.
◇ 가마솥 더위 속에 국토순례를 하며 애국심과 극기정신을 배우려던 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받았을 상처와 충격은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범람하는 그릇된 성(性)의식의 현주소를 재삼 실감하게 한다. 성 관련 법규는 강화됐어도 우리네 의식은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맨'들을 사라지게 할 비방은 정녕 없는 것인가.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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