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계속되어야 한다(The Show Must Go On)'. 대학 신입생때, 그 찬란하던 봄날 첫번째 영어시간 첫 글 제목이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내게 불가능은 없다' 등 폼나는 글을 생각했던 내게 이 글은 생뚱맞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었다.
버나드 뭔가 하는 작가가 쓴 글의 내용은 '쇼'라는게 흥행에 성공할 때도 있고 망할때도 있지만 그래도 쇼는 계속해야 하고 계속하다 보면 쇼가 잘될 때가 있을거다, 뭐 대충 이런 얘기였던 것 같다. 이게 무슨 말일까. 열아홉 철부지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이야기였던지 그때 좀 궁금해 하다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이런일 저런일 풍상을 겪으면서 자꾸 이 글이 생각나곤 한다. 인생이란 극장에서는 흥행이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여배우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등 변화무쌍한 일들이 벌어지지만, 그래도 쇼는 계속되어야 하는 거…. 맞다, 맞아. 도대체 그때 1학년 교과서 첫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리게 한 도사는 누구야. 이거 도사야, 바보야. 누군지 알 수만 있다면 이 나이에라도 인생상담 좀 받아보고 싶다. 이제 우리네 애들이 대학생이 될 판인데도, 도사가 되기는커녕 어째 갈수록 인생살이가 만만치 않다.
세월이 흐르고, 끝없이 어려운 시절 보내다 보니 중년의 나이에 인생길에서 좌절한 친구들에게 얘기해 주고 싶다.
'여보게, 수십년 전에도 어려웠을 거야. 그러니 저런 글을 그런 곳에 올리는 선문답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아니 항상 어려웠을 거야. 버나드 뭔가 하는 작자도 사는게 만만치 않으니까 그런 글을 썼겠지. 생각해 보면 우리 인생인들 언제 뽀얗게 봄날인 적이 있었는가. 그때 신입생때 천둥벌거숭이 시절이나 좀 그랬을라나. 그래서 선배들이 그런 글을 읽게 했을려나. 아직 늙지 않았으니 쇼를 계속해야 되지 않겠는가. 또 아는가, 이번 쇼는 흥행에 왕창 성공하려는지….'
그래 제발 좀 성공해라. 제발 좀 왕창 성공해서 소주나 한번 원도 한도 없이 사 다오. 어려운 시절이다.
범어연세치과원장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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