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릴레이 이런 삶-금융감독원 임주재 총무국장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임주재(53) 총무국장은 대한민국 '공공의 적'으로 불린다. IMF 때 신용감독 부국장을 하면서 붙게 된 별명이다.

임 국장은 당시 기업 구조조정을 총괄했고, 기업·언론·시민단체의 집중포화를 한몸에 받았다. 기업 구조조정을 하면서 대상기업의 따가운 비난은 물론 경쟁업체와 언론으로부터 '부실기업을 확실히 드러내지 않고 워크아웃 제도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비판을 샀다. 학계도 '시장질서를 인위적으로 무너뜨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임 국장의 당시 판단은 수년이 지나자 '맞다'고 입증됐다. 워크아웃 제도를 폐지하고, 부실기업을 다 파산으로 몰고갔다면 공적자금이 두배 더 들었을 터였다. 해당 기업은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탄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기업 구조조정에 성공한 그는 금융 구조조정에 손을 댔다. 금융은 기업 대출, 가계 대출로 나뉘는데 임 국장은 주로 가계 대출에 대한 구조조정을 담당했다. IMF이후 금속히 늘어난 가계대출로 카드대란이 닥치자, 타개책으로 '신용회복위원회'를 만들어 개인의 신용을 회복하는 제도를 만든 것. 당시 언론은 '개인적 모럴헤저드를 조장한다'고 비판의 소리를 높였고, 시민단체는 '실적이 부진하다'고 몰아붙였다. 하지만 원금을 깎는 것이 아니라 분할 상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신용회복 제도에 대한 그의 확신은 꺾이지 않았다. 현재 신용회복위원회는 대구를 비롯한 전국망을 갖고 연간 20여만 명의 신용불량자를 '구원'하고 있다.

임 국장은 금융감독위원회에도 찍혀(?)있다. 무자본 특수법인인 금감원과 정부 산하기관인 금감위 간 감독체계 개편 분쟁에서, 금감원에서 '잘 나가는' 임 국장을 금감위가 곱게 볼 리 없다는 것.

임 국장은 지역에서도 그다지 환영받는 인사가 아니다. 지역 언론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안을 설계할 때 핵심 브레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소탐대실을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천직으로 여겼고, 이로 인한 일부의 비난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구의 열악한 경제상황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대구와 경북에 내재한 '폐쇄적 의식'을 한 원인으로 꼽았다. 돈을 벌려면 돈과 가까워져야 하는데 이를 천시하는 '양반 문화'에 도취돼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임 국장이 나름대로 열심히 해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지만, 고향 안동에서는 상공계 출신이라는 편향된 눈초리를 보내는 시각도 일부 있다는 것. 그는 "지역의 이 같은 문화가 금융계, 과학기술계 등 실용 분야에 지역 인사들의 진출을 가로막았다"고 말했다. 또 학연·지연을 매개로 한 '끼리끼리 문화'도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한편 그가 추천한 다음 인터뷰 대상자는 계성고 일년 후배인 조영주 KTF 사장. 경기고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정보통신부에서 대구출신으로 '선전'하고 있는 후배가 자랑스러워서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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