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학, 놀다니요? '진짜 공부' 하는걸요

이현지씨-경북대 경제통상학부 3학년, 박준우씨-영남대 섬유패션학부 3학년

"방학이 되니 오히려 더 바쁘네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시간이 없어서…."

이현지(20·경북대 경제통상학부 3년)씨는 학교에서도 아주 바쁜 학생으로 통한다. 알바(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하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에다가 학교 홍보 도우미일까지 1주일 스케줄이 빠듯하게 돌아간다.

"학교에서 생활해 보면 알바를 해 본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과는 차이가 많이 나요. 알바를 안 해 본 학생은 자기밖에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알바를 해 본 학생은 사람을 대하는 법, 눈치 보는 법 등 많은 것을 배우거든요."

꼭 필요한 경우에는 부모의 도움을 받지만 용돈을 안 받아 쓴지 오래됐다고 말하는 그녀는 알바 경험이 다양하다. 수능시험을 치고 나서 바로 시작한 것이 피자집 서빙일. 1년 정도 일하다 보니 시간당 2천700원 하던 급여가 3천450원으로 오르더란다. 시내 호프집에서 오후 5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일할 때는 시간당 2천500원을 받았다.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호프집이어서 다양한 사람을 많이 접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다고 한다. 대형소매점에서 설 등 명절을 앞두고 선물세트를 파는 일은 하루 9시간 일하고 5만 원을 받았다. 경력이 많을수록 급여 차이가 난다고. 서로 손님을 끌려고 경쟁을 벌이는 판매원들의 눈치도 봐야 했단다.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1주일에 2번 2시간씩 국어·영어 2과목을 봐주며 30만 원을 받아 괜찮은 편이에요. 하지만 제 공부를 해야 할 때 학생 시험 준비를 해줘야 할 때는 은근히 스트레스가 있어요."

일이 있을 때마다 하는 '샤프롱' 알바는 주말이나 주중에 야외촬영이나 결혼식을 하는 신부를 도와 주고 5만 원을 받는다. 거의 6시간을 투자하지만 실제 일하는 시간은 2, 3시간밖에 안 돼 힘은 거의 안 들고 재미있는 알바라고.

"일하며 느끼는 게 많아요. 어떤 걸 손님이 원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뻔히 눈에 보이는데도 장사가 안 되는 가게 주인들은 그걸 모르더라고요."

주말에 정기적으로 할 수 있는 알바 자리를 하나 더 구해 돈을 모아 다음 학기에는 휴학하고 외국에서 영어 공부하고 여행하며 경험의 폭을 넓히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는 나중에 고객을 100% 만족시키는 자신만의 가게를 꾸리고 싶다고 했다.

박준우(24·영남대 섬유패션학부 3년)씨도 방학이라고 게으름을 피울 시간이 없다. 매일 새벽 5시면 그는 일어난다. 집 근처 헬스장에서 운동하며 땀을 내는 것이 하루의 시작. 그리곤 일어와 영어 공부에 오전 시간을 투자한다. 매일 오전 8∼10시는 시내 학원에서 일본어 공부.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는 학교에서 영어 스터디 모임 'LETE' 친구들과 함께 영어 시사 토론을 벌인다.

"앞으로 일하려면 영어, 일어 공부는 필수이지 않겠습니까?"

오는 10월 일본 요코하마국립대에 교환학생으로 가는 그는 영어권 장학생으로 선발돼 수업을 영어로 듣고 일어도 배울 수 있어, 요즘 두 가지 외국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높은 경쟁을 뚫고 들어간 영어 스터디 모임은 돈을 내고 의무감으로 참여하는 학원 수업과 달리 스스로 준비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나면 그는 바로 실험실로 향한다. 버스가 끊기기 전인 밤 9시까지는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실험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지역 R&D 클러스터사업단 보조연구원으로 한 달에 30만 원씩 연구보조비도 받아 용돈으로 쓰고 있다.

"섬유소재 가공을 전공하고 있는데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가기 전에 Lyocell(라이오셀:친환경성 재생섬유)에 대한 논문을 쓰고 싶다고 했더니 손태원 교수님이 좋은 반응을 보이셔서 보조연구원으로 일하며 논문도 준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대구 북구자원봉사센터 대학생 리더 자원봉사자로 지난달 27, 28일 중학생들을 데리고 정신지체장애인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한글 교육도 한 그는 "힘들어도 재미있고 보람된 시간이었다"며 "내가 아는 지식으로 남을 도울 수 있는 '나눔'이 의미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예전에는 그저 학교 공부만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저것 경험하다 보니 이제는 마음 자세가 달라져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도전하는 편입니다. 무엇이든지 처음 시작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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