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이젠 못 믿게 돼 버렸다. YS 정권과 DJ 정권까지도 근 10년 동안 불법 도'감청을 저질러 왔음을 김승규 국정원장이 고백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불법 도청을 제기할 때마다 "휴대전화 도'감청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국민을 속여온 정보기관이 마침내 진실을 털어 놨다고 해서 감읍해할 국민을 지금 한 사람도 없다.
본란은 지금 우리 국민이 국정원을 용서해 주기엔 죄질이 너무 크고, 확 까뒤집어 엎기엔 국가 정보력의 공백이 너무 크다는 고민에 직면해 있음을 본다. 그러나 본란은 이것이 자의(自意)에 의한 고백이 아니라 타의(他意)에 의한 고백이란 점에 주목하고 성급한 용서를 포기하고자 한다.
당장에 밝혀진 것은 'X파일'을 만들어 낸 미림팀 외에도 공식 라인의 불법 도'감청이 김영삼'김대중 두 민주 정부에서 2002년 3월까지 자행됐으며, 1996년 부터는 휴대전화까지 도청했다는 사실뿐이다.
따라서 풀려야 할 의혹은 산적해 있다. 지금은 도청 안한다는 말 어떻게 믿는가. 불법을 실토한 김승규 원장 스스로도 직전 법무장관 시절 도청의 불안을 고백했다. 2002년 3월까지만 도청했다는 국정원의 고백과 도청 전담 부서를 해체한 2002년 10월까지, 즉 16대 대선 직전까지 도청 의혹을 제기한 김기삼씨(전 국정원 직원)의 폭로 사이에서 진실은 어느 것인가. 김영삼'김대중 두 전 대통령은 불법도청을 정말 몰랐는가. 미림팀을 조직한 배후 인물은 김기섭'김현철씨에게로까지 올라가나 안가나. 2002년 3월 이후 도입 의혹이 제기된 도'감청 장비의 진실은 뭔가.
본란은 당장 살아있는 전직 국정원장들이 날을 잡아 국민 앞에 단체로 사죄할 것부터 요구한다. 그리고 수사 당국은 불법 도청에 관여한 전직 국정원 간부들을 조사하고 의법처리하라. YS'DJ 시절의 국정원장은 김덕'권영해'이종찬'천용택'임동원'신건씨 등이다. 다음엔 양김(兩金)이 사과해야 한다. 불법 도청의 피해자가 더 지독한 가해자의 위치에 있었음을 설명해 보라는 것이다. "나는 몰랐다"고만 하면 실로 무능하고도 염치없는 답변이다.
우리는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고자 한다.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오리발을 내밀던 국정원의 갑작스런 고백 뒤에 무슨 계산이 있는지, 이 사태가 정치적'정략적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국민과 함께 지켜보고자 한다. 국민의 용서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국정원 간부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바로 정권의 국정원이냐 국민의 국정원이냐의 선택이다. 용서는 그 다음이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