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자/한겨레문학상 수상 장편소설 '도모유키' 펴낸 작가 조두진씨

"한·일 아닌 '사람의 역사' 써보았습니다"

장편소설 '도모유키'로 올해 제10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조두진(38·매일신문 인터넷뉴스팀 기자). 그가 조선 수군에 퇴로가 막힌 절박한 상황의 왜군의 처지를 간결하고 명징한 문체와 분방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소설 '도모유키'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민족과 국가의 경계를 넘는 작품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한국이나 일본의 역사가 아닌 '사람의 역사' 말이다. "등장인물들은 전란에 가족을 잃고 미래를 잃고 일상을 잃었습니다. 도모유키와 명외가 그렇고, 유키코와 히로시가 그렇습니다. 모두를 잃었다는 점에서 그들은 동일인입니다. 그래서 모두가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조선의 전쟁영웅 이순신도 역시 예외일 수가 없습니다."

소설가 윤홍길은 이에 대해 "조선 여인 명외를 사랑한 일본 무사 도모유키의 활인검 행각을 통해 살육지변(殺戮之變)이 인간 본성의 발로이듯 활인적덕(活人積德) 또한 인간 본성의 주요 징표임을 밝힘으로써 역사문제로 긴장이 끊일 새 없는 한일양국에 무언가 뾰족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했다.

소설 '도모유키'의 배경은 정유재란 끝무렵 전남 순천 인근의 해안산성이다. 기울어가는 전세 속에 가까스로 성에서 농성하고 있던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 부대의 초급 지휘관 다나카 도모유키의 시각에서 전쟁을 그린 작품이다.

우리(조선)가 아닌 왜군의 처지에서 전쟁을 다룬 점이 이 소설의 특징이다. 하지만 작가는 조선의 적이나 일본의 적이 아닌 '인간의 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극단적이라 할 만큼 간결하고 건조한 문체가 눈에 띈다. 작가는 후기에서 "형용사와 부사는 죽이거나 죽을 뿐인 전장에 어울리지 않았다"며 "다급한 문체로 전장임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칼날 같은 문체가 현란한 수식어로 치장된 문장들보다 더 강렬한 전쟁의 참상을 증거한다. 느낌과 사색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그리고 전쟁의 비정과 부조리 속에서도 주인공 남녀의 사랑이 있어 소설은 인간적인 체온을 잃지 않는다. 도모유키가 조선 여인 명외를 여동생 이치코와 동일시하는 순간 전쟁의 냉혹성에 온기가 어린다. 한치 앞을 기약할 수 없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도모유키는 목숨을 걸고 명외를 탈출시키며 자신의 사랑을 입증한다.

작가 조정래는 "왜군의 입장에서 임진왜란을 바라보게 하는 새로운 시점을 지녔고, 시종일관 짧은 문장으로 긴장감과 속도감을 조성시켜 문체의 특이성을 확보했다"며 "독자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작가는 "사회성과 역사성, 그리고 재미 등을 두루 갖춘 작품을 계속 쓰고 싶다"고 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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