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女축구, 조직력으로 일궈낸 아시아 정상

'아시아 정상 등극의 원동력은 수비조직력과 멀티플레이어의 양성'

한국 여자축구가 6일 중국, 일본, 북한을 제치고 2005동아시아연맹(EAFF)여자선수권대회 '원년 우승'을 거머쥐면서 지난 2003년 사상 첫 여자월드컵 본선진출 이후 다시 한번 한국 축구사에 커다란 획을 그었다.

특히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여자축구는 넘을 수 없는 벽으로만 여겨졌던 중국과 북한을 15년만에 사상 처음으로 격파하는 성과를 올리면서 세계 정상권 도전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한국 여자축구가 세계무대에서 얻어낸 성과와는 달리 실업팀이 단 3개밖에 없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척박한 국내 여자축구의 현주소는 여전히 여자대표팀의 세계 정상을 향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수비조직력과 멀티플레이어의 양성

한국 여자대표팀의 안종관 감독은 6일 우승을 확정 지은 뒤 가진 인터뷰에서 승리의 원동력을 '수비조직력'과 '멀티플레이어'의 힘으로 돌렸다.

안 감독은 한달도 채 안되는 짧은 훈련기간 중국과 북한, 일본의 벽을 넘기 위한 카드로 수비조직력을 꺼내들었다.

공격력에서 중국, 일본, 북한에 한수 뒤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탄탄한 수비조직력만이 이들 국가를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으로 생각한 것.

안 감독의 예상은 실전에서 적중했고 한국은 이번 대회 3경기동안 무실점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게 됐다.

여기에 선수교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한 선수가 2가지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 양성 역시 이번 우승에 큰 도움이 됐다.

스트라이커를 보는 차연희는 유사시에 왼쪽 윙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했고, 소속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김결실은 오른쪽 윙백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윙플레이어인 이진화는 수비수로 변신하는 등 경기내용에 따라 다양한 포지션 변경을 통해 전술변화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자연스런 세대교체의 성공

안종관 감독은 세대교체에 있어서 신중론을 내세웠다. 이번 우승멤버의 대부분은 지난 2003년 여자월드컵 출전멤버지만 U-19세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6명의 신예들을 새롭게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특히 차연희(여주대)와 한송이(여주대) 등 신예 공격수를 최전방에 내세워 '젊은피'로 공격력을 배가시켰다.

여기에 경험많은 대표팀 부동의 공격수 이지은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끌어내려 패기와 노련미를 첨가한 공격력을 앞세워 대회 최다득점(3골)을 기록하게 했다.

안 감독은 "인위적인 세대교체를 원하지 않는다"며 "물흐르듯이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여전히 아쉬운 축구협회의 지원

한국 여자축구는 이번 동아시아선수권 우승을 통해 중국, 일본, 북한과 어깨를 대등하게 견줄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됐다.

특히 여자대표팀의 경우 해외전지훈련은 물론 해외팀들과의 연습경기 조차 쉽게 할 수 없는 처지여서 대부분 순수 국내훈련만으로 팀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남자대표팀이 A매치를 통해 실력을 점검받는 것과는 너무도 차이가 큰게 현실.

안 감독은 우승 인터뷰에서 "협회와 얘기해서 해외 전지훈련 등 여자축구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을 정도다.

또 일본과 중국이 여자축구 전임지도자를 두고 있는 반면 한국은 국내 실업팀 감독들이 국제대회를 앞두고 돌아가며 임시로 팀을 맡고 있어 훈련의 연속성과 선수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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