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투자에 적신호가 켜졌다. 채권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지속될 전망.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을 빼내는 투자자들이 증가하는 등 어두운 분위기이다. 그러나 금리 차익(스프레드)을 노릴 만한 단일 회사채에 투자할 여지는 남아 있다.
◆채권 이탈 자금 급증=1일 국고채 3년물 기준 금리(유통수익률)가 0.18%포인트 급등, 4.41%를 기록한 후 4.3%대를 유지하고 있다. 채권 금리가 올라가면 금리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외한 가격으로 채권이 시장에서 거래되므로 채권 가격이 하락, 수익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자 채권쪽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지난해 말 기준 채권형 펀드 수탁액이 75조8천859억 원이던 것이 이달 초에는 61조8천220억 원으로 급감하는 등 14조 원 이상의 자금이 이탈했다. 이 중 5조 원 이상은 주식형 펀드로 유입됐다.
펀드평가사인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연초 대비 채권형 펀드 수익률은 이달 초 현재 1.07%(연 환산시 1.85%)로 정기예금 금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탈 자금 중 기관투자가들 자금은 은행예금 등 안전성이 높은 상품으로 옮겨가고 있고 개인 투자자들 자금은 주식형 펀드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채권형 펀드는 최소한의 약정이자를 보장, 원금 손실이 날 염려는 없으며 중도 해지에 따른 환매 수수료 지불 등 손실도 따져봐야 하므로 해지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빠져나온 자금으로 주식형 펀드 등을 통해 더 큰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커 이 같은 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채권 금리 상승세 이어질 듯=전문가들은 채권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기준 금리가 2003년 봄 연 4.8%를 기록한 뒤 하향세를 보이다가 올 들어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으며 2월에는 4.46%로 연중 최고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상승세는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져 올 연말까지 최고 연 4.5%에 이르러 2월의 올 최고 금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 금리는 시장 수급에 의해 오르고 경기 회복 전망, 국내외 금리 역전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채권형 펀드에 투자한 고객들이 환매 요구를 하면 투신사 등은 보유 채권을 매도하게 되는데, 당연히 매도물량이 많아지게 돼 채권 금리가 오르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또 경기 회복 가능성, 미국의 콜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국내외 금리 역전 우려, 부동산대책 연장선상에서 국내 콜금리 인상 가능성,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공급물량 증가 등으로 금리 상승세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게다가 경기순환 주기가 짧아지고 있어 금리의 변동성은 더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로 인해 자금에 여유가 있는 연기금과 보험 등은 금리가 더 올라가길 기다리며 매수를 자제하고 있고 채권형 펀드 신규 투자자들도 사라지다시피해 매수 주체가 실종된 채 금리 추이를 살피는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리 차익 노릴 수 있는 회사채가 '틈새 상품'=채권 투자는 금리가 높은 상태에서 매입, 낮을 때 팔아야 수익이 발생한다. 금리가 높으면 채권 가격이 낮아지고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 가격이 오르므로 그 차익이 수익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금리 변동성이 적용되는 채권형 펀드는 금리 상승기에 불리하다. 그러나 주식 투자보다 안정성이 높은 채권 투자의 매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채권형 펀드 대신 매입 시점의 금리가 고정되는 회사채 상품 중에는 투자 가치가 만만치 않은 상품들이 있다.
현재 채권시장에서 신용등급이 A, AA급 이상인 우량 회사채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량 기업들은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자금 여력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요즘 채권시장에서 주로 나도는 것은 수주가 활발한 건설업체들의 회사채. 건설업 회사채들은 투자적격 기준에 해당되는 BBB급이나 BB급인데 회사채 3년물의 금리는 5%대 후반에서 6%대에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이들 중 주주 구성이 탄탄하거나 수주 잔액이 조 단위에 이르는 건설업체의 회사채는 2, 3년 이후 금리가 낮아져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수익성이 높게 기대되는 회사채의 물량은 많지 않은 편이며 2, 3년 이상 장기간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회사채가 아닌 국채라 하더라도 만기까지 갖고 가면 상호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연 5%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김익표 동양종금증권 대구서지점 부지점장은 "채권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향후 전망이 좋은 회사채는 유용한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은 전문가와 상담을 거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