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는 경북 동해안 각 수협의 연간 위판고 총액 가운데 70% 정도를 차지하는 대표 어종이다. 어민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요즘 어민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중국 어선이 북한수역에 들어가 남하하는 오징어를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민들의 "이러다간 꼼짝없이 앉아서 굶어 죽게 됐다"는 말은 엄살이 아닌 현실이다. 당국의 조속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오징어는 회유성 어종으로 일본 대마도 부근에서 산란한 후 한쪽은 서해로, 다른 한쪽은 동해로 올라와 러시아 해역까지 갔다가 다시 남하하면서 성장한다.
그래서 북한산보다는 영덕, 울릉, 포항 등 경북 동해안에서 잡힌 오징어를 최상품으로 친다. 강구항 어민 김상태(56)씨는 "왕돌잠과 영일만 부근에서 어획한 오징어는 사람으로 치면 '청년기'에 해당돼 예전부터 알아줬다"고 했다.
하지만 남하하던 오징어가 성장도 하기 전에 북한에서 잡아버릴 경우 강원도와 경북 등지의 어황은 뻔하다. 한두익 강구수협 이용가공과장은 "오징어잡이 배 700여 척이 바다에 쫙 깔려 있다면 고기가 내려올 틈이 있겠느냐"며 "처음에 반신반의하던 어민들도 이제는 점차 걱정뿐"이라고 말했다.
8월 현재 북한수역 내에는 중국어선 750여 척이 조업 중인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지난해 250여 척에서 무려 3배가 증가한 것으로 남획은 불을 보듯 뻔하다.
10일 전부터 대화퇴수역에서 조업 중인 주영호 김동영(45) 선장은 7일 기자와의 위성통화에서 "오징어 어획이 지난해의 30%에도 못 미친다"며 "높은 유류대를 감당치 못해 며칠 있다가 입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중국 어민들은 어선 두 척이 양쪽에서 항해하며 중간에 그물을 바다밑에 투척해 끌고 가 한번 지나가고 나면 씨가 마를 정도"라며 "대책이 없을 경우 동해안 어민들의 미래는 암담하기만 하다"고 했다.
원래 오징어는 중국에서 대접받지 못했던 어종이다. 그러나 3년 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업계는 전한다. 중국 경제가 좋아지면서 상류층이 선호하기 시작, 소비가 크게 늘어났고 처음에는 한국으로부터 수입하거나 서해안에서 조업해 감당했으나 돈이 되자 북한과 협정을 체결, 동해안 조업까지 하고 있다는 것.
중국은 한 술 더 떠 지난해부터는 아예 한국 및 유럽으로 가공된 제품수출도 하고 있다. 중국을 오가며 농수산물 무역을 하고 있는 박모(51)씨는 "인건비와 기름값이 싸 우리나라는 경쟁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주영호 선장 김동영씨는 "한일 어업협정 체결로 황금어장이 사라졌는데 북한에서 중국 어선이 설쳐버리면 살 길이 막막하다"며 "정부가 하루빨리 북한과 협의,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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