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학수 부회장 소환…X파일 수사 본격화되나

"몇차례 더 소환 가능" 관측도…피고발인 자격 확대해석 경계 주장도

삼성그룹의 불법대선 및 로비 자금 제공 논의가담긴 안기부 X파일 사건의 피고발인 자격으로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부회장)이 9일 오후 첫 소환조사를 받게 될 예정이어서 X파일 수사가 급진전되고 있다. 검찰은 이미 지난주 이 부회장에게 일찌감치 소환 사실을 통보, 안기부 도청 자료 유출이나 도청과 함께 X파일 수사를 병행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이 부회장 조사는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지난달 25일 이 부회장과 홍석현 주미대사 등 삼성그룹 관계자들을 특가법상 뇌물 등 혐의로 고발했기 때문에 '피고발인' 조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지만 사실상 도청 자료에 대한 첫 내용 수사란 점에서 향후 수사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다.

그러나 검찰은 일단 재미교포 박인회(구속)씨가 이 부회장을 상대로 테이프를공개하겠다는 공갈, 협박을 했는지 여부를 보강 조사하는 데 수사의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분위기이다.

검찰 관계자는 "테이프 유출, 공갈 부분에 대해 보강 조사가 시급하다. 이번 기회에 피고발 내용도 같이 조사할 방침이지만 나머지 부분은 조사가 충분히 안돼 있다"고 말했다.

관측통들은 유출, 공갈 외에 나머지 부분(불법 자금 제공 논의)에 대한 수사가본격화되면 이 부회장을 몇 차례 더 불러 조사 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있다.

이와 관련, 검찰 안팎에서는 고발사건의 경우 고발인 조사를 거친 뒤 사건이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피고발인 조사없이 수사 종결하는 경우가 많아 이 부회장 조사를 단순 피고발인 조사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지난 대선자금 수사 때처럼 탄력있게 속도를 내며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도청 내용을 당사자가 부인하면 유죄를 입증할 방법이 거의 없는 데다 정치자금법 공소시효는 이미 지났고 뇌물 사건으로 수사를 진행하기에도 경과 기간 등을 감안할 때 제대로 된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정황들 때문에 이 부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면죄부'를 주기 위한 요식절차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화의 중요 당사자이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인척 관계로 이 부회장보다 그룹의 속사정을 더 잘 알 수도 있는 홍석현 주미대사는 소환 조사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홍 대사는 사의를 밝히기는 했지만 여전히 직책을 수행하고 있어 정식 교체 전까지 사실상 조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홍 대사 소환 여부에 대해 "지금 단계에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 부회장이 피고발인 '대표 조사'를 받는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어 이 부회장 소환을 계기로 한 X파일 수사는 추가 소환자 조사 여부에 따라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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