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국정원 불법도청 파문과 관련, 민간기구를 통해 도청테이프 공개 여부를 결정토록 하는 내용의 특별법과 특별검사를 지정해 사건 수사와 공개를 맡도록 하는 내용의 특검법안을 9일 각각 발의키로 해 표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전 고위정책회의를 열어 옛 안기부의 도청테이프 공개를 위한 특별법안을 확정키로 하는 등 단독 발의절차에 착수했다.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구 안기부 도청테이프의 처리에 관한 진실위원회법'은 종교계와 법조계 등 사회 지도층 인사 5∼9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테이프의 공개 여부와 기준, 폐기 여부와 방법, 보관결정시 보관기한 등을 결정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특별법안에서 테이프 내용공개 기준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를 제시키로 했다.이에 맞서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 자민련 등 야 4당도 이날 '국정원 불법도청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법안'을 공동발의키로 했다.
특검법안에는 수사대상으로 △93년 2월 25일 이후 안기부(국정원 전신) 및 국정원의 불법 도청 실상 전모와 불법도청 자료의 보관·관리·활용 실태 및 이의 유출·유통과 관련된 실정법 위반 사건 △수사과정에서 드러나는 각종 불법 도청 자료의 내용 중 안기부, 국정원, 국가기관, 정당, 기업, 언론사 및 개인 등의 실정법 위반 사건 등이 적시될 예정이다.
△표 대결
양측이 각각 특별·특검법을 독자 발의키로 함에 따라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열린우리당 146석, 야4당 148석, 무소속 5석으로 야 4당이 유리하지만 과반수는 누구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 따라서 표 대결로 갈 경우 무소속 의원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공방 격화
국정원 불법 도청 사건에 대한 '음모론'이 제기되는 등 정치권의 공방이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8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002년 3월부터 도청이 없어졌다면 국민이 믿을 수 있을 때까지 국정원이 스스로 이를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민주당 한화갑 대표도 "정치적 동기가 불순하다면서 집권 3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발표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음모론을 거듭 제기했다. 민주노동당도 "정치적 음모론을 잠재우려면 특검과 국정조사를 수용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하거나 정파 간 이간질에 이용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며 "불법도청의 원조 정당인 한나라당은 남에게 덮어씌우려 하지 말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맞섰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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