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사랑 타령'이 범람한다. 노랫말, 인사말 등에 '사랑'이 빠지지 않는다. 이 말이 흔하다 못해 '참사랑'이라는 말도 자주 쓰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불신의 벽이 날로 높아가고, 이기주의의 담장도 그에 진배없다. 자기 앞만 바라보며 남이 무슨 말을 해도 믿으려 하지 않는 세상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참사랑'이란 '거짓 사랑'이 있다는 뜻도 가지며, '사랑'이라는 말은 '믿음'이 전제되지 않기 때문에 더 자주 쓰이게 되는지도 모른다.
◇ 하워드 영국 보수당 당수는 세 가지를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 중 하나인 '누군가가 부자이므로 다른 어떤 사람은 가난하다'는 불신만은 '글쎄올시다'다. 에디슨이 부자가 되고, 빌 게이츠가 세계 최고 갑부가 됐다고 누가 상대적으로 가난해졌느냐고 한다면 할 말을 잃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다른 사람을 잘살게 함으로써 더 큰 부자가 된다'는 미덕이 실종되거나 희미해진 탓인지 모른다.
◇ 요즘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특히 포털 사이트 인터넷 게시판에는 체임'전세금 등을 못 받아 호소하거나 고소'교통사고 수사 불만 등을 호소하는 사례들이 급증, 그야말로 '못살아' '못 믿어' 타령 만발이다. 다른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겠지만 우리 사회의 민심 반영이 아닐 수 없다.
◇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접수된 민원에는 밀린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아달라는 노동 분야의 호소가 46%나 된다. 전세 피해 민원인 '역전세난'도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명예퇴직자들이 가맹사업 거래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찰과 검찰 수사가 공정하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민사'형사'법무 등의 민원 역시 전체의 15%라니 경기 침체와 불신의 그늘이 어느 정도인가도 알 만하다.
◇ 우리 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서로 믿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으려 하며, 서로 받아들이지 않는 데 있는 것 같다. '나'만 생각하는 풍조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뿌리가 가난과 거부감과 상처에 있다는 얘기이지 않은가. 오늘의 '과거사 정리' '도청 파문'도 상처와 갈등과 불신만 덧나게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나만 말고 남도 생각하며, 작은 말이든 큰말이든 믿고 사는 '사랑'의 사회는 언제 올는지….
이태수 논설주간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