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왜 만날 그 모양이니.", "공부도 안 하고…. 커서 뭐가 되려고 그래?", "엄마가 방 어지르지 말라고 했지. 빨리 청소 안 해?"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주 내뱉게 되는 말들이다. 좋은 말로 타일러 보겠다고 다짐도 하지만 그때뿐이고 금세 언성이 높아지기 십상이다. 이런 말들은 당연히 자녀가 올바르게 행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오지만 그렇다고 자녀의 행동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가끔은 자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까지 불쑥 나오기도 한다.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 자녀에게 제대로 약이 되는 말만 전달할 수 있다면 부모-자녀 관계는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방학을 맞아 '부모성장학교-좋은 부모들의 모임'을 열고 있는 선린 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 이선자 사회복지사로부터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여러 가지 대화법을 들어봤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엄마가 소리를 지를 때는 아이의 행동에 화가 난 경우도 있지만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자녀에게 더욱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때도 있다. 엄마의 마음속에 짜증과 불만이 가득하면 자녀를 대할 때 그대로 드러난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는 엄마의 행복이 필수다. 엄마의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자녀를 한층 더 너그러운 자세로 감싸 안을 수 있다. 이 복지사는 "가끔은 엄마 스스로 가장 싫어하는 일과 행복하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나의 장'단점은 무엇인지를 종이에 적어보라"고 권했다.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통해 가슴속에 쌓인 불만을 털어낼 수 있고, 불필요한 감정을 자녀에게 투사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가
내가 되고 싶은 부모의 이미지를 가슴속에 새겨 놓는 것이 좋다. 부모성장학교에 참가한 박양숙(41'여'달서구 대곡동)씨는 "곰인형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어릴 적 가슴에 품고 있으면 포근하고 따스한 느낌을 줬던 곰인형처럼 자녀에게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는 것. 또 채은희(39'여'달서구 본리동)씨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아들이 항상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나무가 되겠다"고 했다. 이처럼 내가 되고픈 엄마'아빠의 이미지를 마음속에 늘 가지고 산다면 자녀에게 언성을 높이는 일은 훨씬 줄어든다.
▲45°각도에서 대화하라
자녀와 대화를 할 때는 옆에 나란히 앉아 45° 각도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꾸짖을 경우 마치 회의처럼 딱딱한 느낌을 줘 자녀를 주눅들게 할 수 있다. 등 뒤에서 이야기를 하면 공포감까지 생긴다. 특히 얼굴을 마주보지 않고 각자가 대화를 하는 방식은 가장 좋지 않은 방식이다. 각자의 상상 공간에서 자신의 이야기만을 쏟아내는 대화방식이기 때문. 이 복지사는 "자녀가 말을 걸어올 경우 1분의 여유만 가지면 자녀를 충분히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며 "보던 신문을 놓고, 설거지하던 손길을 잠시 멈추고 자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이야기를 들어주라"고 했다.
▲잘못된 점은 스스로 이야기하게 하라
잘못을 꾸짖을 때도 기술이 필요하다. "식당에서 뛰어다니지 말라고 했는데 왜 자꾸 말 안 들어"라고 직접적으로 꼬집기보다 "엄마가 식당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고 했는데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떠들고 뛰어다니면 다른 손님들 기분이 어떨까?"라고 물으며 답을 유도하는 식의 방법이 효과적이다. 아이가 자신의 입으로 잘못을 이야기하다 보면 스스로 뉘우치고 변화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렇다고 한번으로 자녀의 행동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몇 번이고 대화를 나눠 자녀의 머릿속에 각인되도록 해야 한다.
▲'I-메시지'를 이용하라
엄마'아빠가 자녀에게 주로 활용하는 대화법은 'You-메시지'다. "네가 ~했기 때문에"라는 식으로 아이를 주어로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부터는 'I(나)'를 주어로 대화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엄마 기분이 어땠을 거 같아?", "엄마는 걱정이 좀 되는데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등으로 주어를 바꾸면 대화가 한결 부드러워진다. 직접적으로 비난하고 따지는 말투가 아니라 부모의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화를 내는 한계선을 분명히 하라
자녀가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데는 부모가 일관성 있는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이 바쁠 때 용돈을 마구 쥐어준다든가, 손님이 왔을 때 게임에 매달려도 봐 주는 등 '원칙'이 없었기 때문. 이 복지사는 "이런 행동에는 엄마가 화를 낸다"는 기준을 분명히 해 두고 회초리를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 원칙이 분명히 서 있다면 아이들은 그에 맞춰 알아서 행동을 하게 되고 설사 잘못을 하더라도 쉽게 인정하고 뉘우치게 된다.
▲칭찬에 넉넉하라
아이들은 부모가 화를 내는데 상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칭찬을 해 주지 않는데 더 큰 상처를 받는다. 칭찬을 기대했는데 부모가 모른 척 지나간다면 아이들은 쉽게 의기소침해지고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된다면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이 복지사는 "꾸중보다 칭찬을 통해 자녀를 변화시키는 일이 훨씬 더 쉽다"며 "칭찬을 자꾸 해주다 보면 칭찬에 대한 좋은 느낌이 각인돼 칭찬받을 만한 행동만을 자꾸 하게 된다"고 했다.
글·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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