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도
기사의 기능은 무력을 사용해 주민들을 보호하는 것. 좋게 말해서 보호이지만 실제로는 주민들을 정치적으로 지배하고 사법권을 행사하며 그에 대한 대가로 각종 세금을 거둬 그것으로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흔히 기사의 서임 방식은 무릎을 꿇은 사람의 머리와 양쪽 어깨를 칼로 가볍게 건드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원래 방식은 그보다 과격해서 칼등으로 기사 후보의 목을 있는 힘껏 내리쳐서 기절시키는 것이었다. 이는 아마도 상징적인 죽음의 의식이었던 것 같다. 기절했다 깨어나면서 어린 아이나 종자로서의 자아는 죽고 정식 기사로서 생명을 받아 새로 태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말이 좋아 '귀족'이지 원래 기사들은 '깡패'와 다름없었다. 기사들이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기사도'를 갖춘 고결한 귀족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은 유럽 사회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무력 충돌이 완화된 11, 12세기 이후의 일이다.
◆음식과 욕망
후추는 계급과 의식, 그리고 미각이 결합된 향신료였다. 중세인들은 후추 같은 이국적인 맛을 내는 귀한 물질에다 상상적인 가치를 부여해 지상낙원에서 자란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후추는 지배계급의 신분과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적 표시가 돼 귀한 손님일수록 매운 음식을 대접하고 향신료를 보석처럼 수집해 선물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미각은 변하게 마련. 인간의 역사는 허브처럼 그윽한 맛을 내는 '향료'와 후추나 고추와 같이 자극적이고 강한 매운맛을 내는 '신료' 사이에서 왔다갔다를 반복하며 변화해 왔다. 지금은 매운맛에 길들여진 우리나라도 고추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부드러운 맛의 취향이 지배적이었던 것처럼.
중세에 그렇게도 후추에 열광하던 유럽은 거꾸로 부드러운 맛에 길들여져 가며 근대에 이르러서는 동물성 지방(주로 버터)을 사용하는 요리가 확산됐다. 이런 입맛은 여전히 변화되지 않고 유지돼 현재 유럽 요리의 최고봉은 부드러움을 매력으로 하는 프랑스 요리로 손꼽고 있다.
◆모차르트
모차르트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 활동했던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곡가. 하지만 모차르트가 아무리 신기에 가까운 재주를 지녔다고 할지라도 '하인'에 불과했지 '귀족'이 될 수 없었다. 결국 모차르트는 자신의 처지에 분개하며 궁정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자유음악가로 나서게 된다.
그가 귀족들과 사이가 벌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었다. 그 내용은 귀족과 하인 사이에 초야권(귀족 지배 아래 놓인 사람이 결혼할 때 그 귀족이 신부와 첫날밤을 지낼 수 있다는 권리)을 놓고 벌이는 싸움이다. 백작이 자신이 마음에 드는 여자(수잔나)를 취하기 위해 실제로 거의 행해지지 않던 초야권을 부활시켜 행사하려 하자 수잔나와 백작부인이 계략을 꾸며 결국 백작이 무릎 꿇고 사과한다는 내용.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는 이 오페라를 두고 모차르트가 "아무 정치적 의도가 없는 웃기는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봉건 귀족에 반발하고 나선 그에게 정말 아무 의도가 없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특히 가장 아름다운 노래로 손꼽히는 '편지의 이중창'은 백작부인과 수잔나가 함정을 꾸미는 장면에서 등장해 최고의 행복감을 표현해 내고 있다. 모차르트는 결코 혁명을 주장한 인물은 아니지만 시대의 흐름을 자신도 모르게 읽어냈고 그것을 아름답게 표현해 낸 '혁명적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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