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름값 천정부지…산업현장도 '아나바다'

유가가 연일 최고가 경신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현장에서 한 방울의 기름이라도 아끼려는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대구 3공단의 유한염직은 올 상반기 에너지관리공단 지원으로 '폐열 회수기'를 설치해 벙커C유 비용을 10% 이상 절감했다. 폐수에서, 굴뚝에서 나오는 열을 뽑아낸 뒤 염색공정에 재사용하는 방식이다. 벙커C유 가격이 현재 ℓ당 400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50원 정도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폐열 회수를 통해 벙커C유 가격 인상분을 상당부분 상쇄시키고 있다.

대구 달성군 유가면 경산제지도 올 상반기 폐열 이용 시스템을 갖췄다. 소각보일러 등에서 나오는 폐열을 이용, 다시 스팀을 만들어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덕분에 벙커C유 소비를 크게 줄였다.

자동차용 도어시스템을 만드는 대구 성서공단 (주)한성은 올 상반기 '열처리로'를 바꿨다. 과거엔 전기만 사용해 '열처리로'를 돌렸지만 최근엔 기본예열은 전기, 본격적인 가열은 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도시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이 회사 엄태환 이사는 "최대한 에너지가 적게 들어가도록 설비를 재조정, 공정에서의 에너지 과소비를 줄이고 있다"며 "새로운 열처리로에는 열이 골고루 분산되는 장치까지 새로 장착, 품질도 개선되면서 '도랑치고 가재잡는' 효과를 얻고 있다"고 했다.

10일 에너지관리공단 대구경북지사에 따르면 에너지 절감노력이 진행되면서 올 상반기 역내 기업 등이 1천775억여 원의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을 신청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역내에서 789억여 원의 자금신청이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올해 자금 이용 신청이 몇 배나 늘어난 셈이다. 결국 이 자금은 상반기에 당초 계획 예산이 바닥났다.

이와 관련, 에너지관리공단은 2천800억 원 규모(전국 기준)의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을 추가로 확보해 10일부터 이용신청 접수에 들어갔다. 연리 2∼3%대의 저리로 최소 8년부터 최대 15년에 걸쳐 상환하는 조건.

공단은 중소기업에 800억 원을 우선 지원하는 한편 에너지절약전문기업 등에 1천500억 원, 집단에너지사업에 500억 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공단은 추가자금 역시 조기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금철 에너지관리공단 대구경북지사 기술부장은 "기업들이 에너지 절감 설비 보강을 생존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에너지관리공단의 지원을 받아 에너지 절감 설비를 갖춘 기업들의 효용이 검증되면서 최근 자금이용 신청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했다. 문의 053)751-0365.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사진 :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기업들은 에너지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진은 폐열회수기를 설치, 굴뚝은 물론 폐수에 있는 열까지 남김없이 뽑아낸 뒤 에너지로 재사용하고 있는 대구 3공단 내 유한염직.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