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주영화(가명·26·여)씨는 지난달 말 직장 동료 10명과 태국 방콕으로 3박 5일 패키지 여행을 갔다 악몽 같은 일을 겪었다. 계약서에도 없는 행사진행비로 1인당 20달러를 요구하는 한국인 가이드가 "이런 식으로는 일 못하겠다"며 호텔에서 잠적해 버렸기 때문. 주씨 일행은 졸지에 방콕 시내 한복판에서 꼬박 하루 동안 '국제 미아' 신세가 됐다. 더욱이 호텔에서만 지내던 일행에게 찾아온 다른 가이드는 보석, 공예품 가게에 들러 "얼마 이상 물건을 샀으면 좋겠다"고 강권, 일행은 또 한번 부아가 치밀었다. 주씨는 "전체 경비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50여만 원을 겨우 돌려받았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해외여행 피해가 도를 넘었다.
주로 '저가여행'에 '노옵션', '노팁'을 내세워 놓고 현지 가이드를 통해 '안내비', '추가비용', '쇼핑'명목으로 돈을 뜯어 가는 유형이 대부분. 최근에는 여행비를 현금으로 받아 챙긴 뒤 잠적한 온라인 여행사기 사건까지 터졌다.
한국소비자연맹 대구지회에 따르면 지난 6, 7월 여행객들의 피해 상담은 모두 41건으로 전년도 29건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가이드 불친절, 환불 거부, 옵션(추가비용) 요구, 강제쇼핑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달 유럽 패키지 여행을 20일 앞두고 취소한 권진현(30·달서구 용산동)씨는 여행사로부터 위약금 명목으로 항공티켓 취소 수수료 40만 원과 열차표 발권 수수료 10만 원을 물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아 여행사와 갈등 중이다.
권씨는 "소비자 단체에서는 여행경비에 다 포함된 비용이어서 환불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도 여행사 측은 막무가내"라면서 답답해했다.지난달 말에는 한 온라인 여행사가 인터넷으로 고객을 모집한 뒤 거액의 여행비용을 챙긴 후 잠적, 전국에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곳의 경우 타 여행사보다 10~15%가량 싼 가격을 내세워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수법을 썼다.
이모(41·수성구 시지동)씨는 "무통장 입금으로 보낸 270만 원을 고스란히 날렸다"며 "칠순잔치 여행경비로 1천만 원을 고스란히 떼였다는 사람도 있다"며 화를 삭이지 못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전국적으로 400여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구 SK투어 안성언 차장은 "여행 계약서를 작성할 때 호텔 등급, 인솔자 동행 여부, 항공편, 옵션(추가비용) 항목을 꼼꼼히 확인하고 상대적으로 싼 가격의 여행상품일수록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능한 한 신용카드 현금결제를 하되 여행계약 전에 관할 관청 등에 여행사 등록 및 보증보험 가입여부를 확인하고 여행계약서 등 관련서류는 반드시 보관하도록 당부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객은 883만 명으로 전년에 비해 25%나 증가했고 올 들어 5월까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6% 늘어난 391만 명으로 집계되는 등 해마다 급증추세다. 특히 올 연말까지 1천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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