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야, 국정원 예산 '투명성' 강화 추진

불법도청 파문을 계기로 정치권이 베일 속에 숨겨져 왔던 국정원 예산에 대한 투명성 강화를 추진할 움직임이다.국정원 예산은 크게 본예산 외에 기획예산처 소관 예비비에 포함된 '국가안전보장활동비' 및 각 부처의 예산으로 잡혀진 여러 '특수활동비'에 각각 숨겨져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정원 예산은 구체적 지출 내역은 물론 정확한 총액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추론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2004년의 경우 인건비 등이 포함된 본예산이 3천897억 원, 또 기획예산처 예비비상의 국가안전보장활동비가 3천247억 원에 달했다.

국가안전보장활동비 전액을 국정원이 사용했다고 볼 경우 국정원 예산은 이것만 해도 7천14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여기에 정보통신부, 법무부 등 타부처 예산 항목으로 잡혀 있는 각 부처의 '특수활동비'도 국정원 예산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떤 부처의 특수활동비에 국정원 예산이 얼마나 끼어 있는지는 해당 부처 관계자와 국정원 예산 담당자 외에는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도 9일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지난해 예결위에서 계수조정 소위가 열렸을 때 정보통신부 차관도 도저히 설명을 못하는 특수활동비가 있기에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냐고 추궁하니 둘러대다가 결국 국정원 예산이라고 답하더라"고 말했다.

국정원 예산이 이처럼 '무풍지대'에 놓여 있는 것은 국정원법, 예산회계특례법 등에 의거해 세출 예산을 총액으로 요구하고, 예견할 수 없는 비밀활동비는 다른 기관의 예산에 계상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적 장치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일단 한나라당은 국정원 예산에 대한 투명성 확보를 우선 적극 추진하는 동시에 필요할 경우 제도 개선 방안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맹형규 정책위의장은 "특수활동비 등 불투명 예산과 국정원 도청관련 장비구입비 등을 국회 결산심사 과정에서 중점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강봉균 국회 예결위원장도 10일 "국정원 예산을 기능별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선진국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 정보기관의 예산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밝히는 것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언급은 국정원이 불법도청 등에 예산을 전용 또는 남용할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예산측면의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도 국정원 예산과 관련, "앞으로 당연히 잘 챙겨볼 것"이라며 "이번 X파일 사건을 계기로 전반적으로 국정원 예산심사를 까다롭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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