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청政局, 방귀뀐 쪽이 성낸다더니

김승규 국정원장은 '불법 도청 고백'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보 기관의 역대 책임자들이 국회에서 계속 거짓말을 해대야 하는 그 가슴 속 응어리를 풀겠다는 '진심'이 '개구리가 뛰는 방향'처럼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 정치판이 난장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 4당은 어제 특검법을 발의했고 열린우리당은 특별법으로 맞불을 질렀다. 김대중 전 대통령 측이 음모론을 제기하자 노 대통령 측은 진실론으로 응대했다. 다섯 정당과 두 전'현직 대통령 그리고 잘 나가는 시민단체들이 온통 "배 놔라 감 놔라"다. 조용하던 개미 동네에 갑자기 돌멩이 하나가 떨어졌을 때의 장면이 지금 '도청 정국'의 풍경이다.

우리는 '떡값'을 핑계로 검찰을 흔들지 말고 수사를 지켜볼 것을 거듭 촉구한다. 도청 테이프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자 순리대로 움직인 곳은 국정원의 '고백'뿐이다. 여와 야, 청와대와 DJ 측이 처음 한 일은 하나같이 손익 계산서 작성이었다. 모두 '위헌 문제'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이혼장 제출하듯 여야 각자 제 갈 길을 가버린 것은 '너 죽고 나 살자'는 계산의 발로다.

또한 도청 책임론이 거론되면 하나같이 "아이 돈 노(I don't know)"다. 당장 DJ쪽은 본질이 뒤집혔다고 청와대에 반발했다. 아니, 현직 국정원장이 DJ 집권 4년 동안 불법 도청이 있었다고 고백했는데 뭐가 뒤집혔는가. 현 정권은 불법 도청한 적이 죽어도 없다는데, 만에 하나 도청 흔적이 나타난다면 노 대통령 또한 "몰랐다"가 될 터이다. 역대 대통령과 국정원장들이 하나같이 '모르쇠'라고 한다면 이게 세계적으로 웃음거리이지 면피의 사유는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여든 야든, DJ든 노 대통령이든 고함치고 맞불 놓고, 변명하지 말고 좀 차분히 '열쇠'를 찾아보는 것이 순리다. 원래 부도낼 사장이 고급차 타고, 방귀 뀐 쪽이 성낸다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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