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 "도청테이프 독수독과론 적용 안돼"

안기부 도청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도청 테이프를 단서로 수사 착수가 가능한지에 대한 법리검토 결과 이 사건이 '독수독과(毒樹毒果) 이론'의 직접적 적용대상은 아니라고 결론낸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독수독과 이론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서 파생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어렵다는 것으로 안기부 X파일 사건이 불거진 초기 검찰이 테이프 내용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는 것은 힘들다는 근거로 거론됐던 이론이다.

검찰 관계자는 "독수독과 이론은 주로 수사과정에서 위법하게 취득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해석된다. 애초부터 위법한 자료인 도청테이프를 근거로 수사 착수가 가능한가가 쟁점인 이 사건과는 다른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독수독과론은 미국의 판례로서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고 이론 자체에도 여러 가지 예외가 있어 도청 테이프 내용수사 불가론의 법리적 근거는 되지 못한다고 결론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증거물이 독수독과라 하더라도 피고인 진술 반박 및 위증죄처벌에 사용할 수 있고 검찰이 위법수집증거에 근거해 기소하거나 수사의 단서로 삼는 일이 가능하다는 판례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 상태다.

한마디로 독수독과론을 근거로 도청 테이프 내용수사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은 다소간 설득력을 잃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검찰은 독수독과론 대신 도청테이프 내용을 수사한다면 불가피하게 헌법상 사생활 및 통신비밀의 보호라는 가치와 국민의 알권리라는 가치 간 충돌이 생길수 밖에 없는데 이번 사건에서 무엇을 우선가치로 둘 것인지란 난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또 통신비밀보호법상 도청내용을 공개하거나 재판의 증거로 삼지 못하게 한 조항을 검찰이 도청자료에 근거해 수사착수조차 할 수 없다는 쪽으로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문제를 놓고 대검 연구관 등을 중심으로 검토작업을 벌였으나 수사착수에는 문제가 없다는 수사 가능론과 불법 자료를 근거로 수사를 해선 안된다는 수사 불가론이 엇갈려 단일한 결론의 보고서를 마련하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내부적으로 수사 불가론이 우세한 상황이지만 정치권에서 테이프 내용공개를 전제로 한 특별법이나 특검법을 추진 중이이어서 정치권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각계 의견을 고루 수용해 조만간 최선의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도청 테이프 수사여부는 검찰 입장에서 어떤 형태로든 넘어야할 산이다. 수장인 김종빈 검찰총장이 일선 검찰과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조만간 모종의 결단을 내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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