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항공편 "무조건 싼 걸로…"

불황 여파 배낭여행족 문의 폭증

직장인 이상진(30·수성구 범어동)씨는 요즘 퇴근하자마자 인터넷 여행사이트를 찾고 있다. 이달 중순 여름휴가 때 친구와 해외 배낭여행을 계획 중인데 항공편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다.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해 일주일 정도 중부 유럽을 둘러보는데 여행 경비를 200만 원 정도로 잡았어요. 직항편은 보통 170만~200만 원 정도이기 때문에 다른 곳을 경유해 로마로 가는 항공편을 찾고 있습니다. 일단 80만 원대 항공편 몇 개를 봐 뒀습니다." 그는 항공편을 이용하는 데 100만 원 이상 투자하지 않는다는 목표로 컴퓨터 앞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군 제대 후 대학 복학을 앞둔 김준희(24·영남대)씨는 다음주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난다. 일정은 3주 정도로 첫 목적지는 런던. 독일의 뮌헨, 체코의 프라하를 거친 뒤 프랑스 파리에서 돌아올 예정이다. 항공권을 구입하는 데는 발품을 판 끝에 70만 원대에 구입했다.

"전단지 배포, 섬유공장 잡부, 건물 야간 경비 등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250여만 원을 이번 여행을 위해 쓸 작정입니다. 잠은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이동할 때 자면서 시간, 돈 모두 절약할 겁니다. 자주 갈 수 있는 기회가 아닌 만큼 하나라도 더 봐야죠."

불황 속에 젊은 층들이 보다 값싼 해외여행 상품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고생스럽더라도 최대한 싸게 해외여행을 다녀온다는 각오다. 각 여행사에도 한 푼이라도 싼 항공편을 찾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지역 한 여행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패키지로 꾸며진 배낭여행 상품 가격이 싼 편인데도 이보다 더 싼 코스를 원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며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렵다 보니 예전보다 젊은이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무작정 싼 항공편을 구하려다 보면 여행 자체를 망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많이 봐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일정을 잡다 여행 자체를 망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싼 항공권을 무턱대고 구입하지 말고 계약조건부터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것.

배낭여행 전문 고나우여행사 이영석 차장은 "여행사들이 제시하는 항공권 가격에는 보통 10만 원에서 20만 원의 택스(Tax: 공항이용료, 보험료 등)가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추가경비를 감안해 구입해야 한다"며 "가격이 쌀수록 제약조건이 많기 때문에 일정에 변경이 생겨 항공권 구입을 취소 또는 탑승일을 변경하려 할 경우 위약금을 무는 등 금전적인 손해가 더 커진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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