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 터져야 나서나요?"…경찰 수수방관

"꼭 일이 터져야만 나설건가요?"

시민 입장에서는 큰 고통이지만 경찰은 '사안이 경미하다'는 이유로 도외시하는 갖가지 괴롭힘이 설치고 있다.

사례 1=대구 서구 평리동에서 숯불 갈비집을 운영하는 이모(43)씨는 술과 음식을 시켜 먹은 뒤 술 값을 안내는 동네 건달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벌써 4차례. 밤 늦은 시간 가게에 찾아와 술을 시킨 뒤 "돈을 내라"고 하면 "돈이 없으니 알아서 하라"며 문신을 보여주고 위협하거나 행패를 부려 영업에 지장을 받을 정도. 이씨는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어서 참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횟수도 잦아지고 당당하게 공짜 술을 요구해 괴롭다"고 했다.

그는 "몇 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그 때마다 피해액이 적으니 서로 원만히 합의하라는 이야기만 들었다"며 "신고를 해도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니 불안해 장사도 못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8일 새벽에는 또다시 음식을 시켜 먹고 돈을 내지 않아 지구대에 신고했으나 출동한 경찰관은 조사를 해야한다며 건달과 함께 순찰차에 태우는 바람에 욕설과 구타까지 당했다고 이씨는 말했다. 더욱이 경찰서로 옮겨 간 뒤 경찰관은 조사 일정만 알려주고 함께 내보내 보복 두려움에 떨었다는 것.

사례 2=최모(51·북구 태전동)씨는 고교 3학년 딸이 들려준 이야기를 듣고 기겁을 했다. 얼마전 대구 북구 태전동 모 여고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딸에게 40대 남성이 다가와 입던 속옷을 가져오면 돈을 주겠다며 연락처를 줬다는 것. 더욱이 이 남자는 태전동과 관음동 등 인근 일대에서 여러차례 이 같은 행동으로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 주민 신고가 잇따르고, 인근 여학교에서는 남자 교사들이 이 남자를 붙잡기 위해 잠복까지하는 소동이 벌어졌다는 것. 최씨는 "경찰에 신고했으나 현행범이 아니라는 이유로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말만 들었다"며 "한참 예민한 여학생에게 치한이 추근거려도 경찰 보호를 못받으니 딸 자식을 둔 주민들은 불안에 떤다"고 했다. 그는 "꼭 성폭력 같은 범죄가 일어나야 경찰이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흥분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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