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교순직 외아들 조의금으로 이웃주민 500명에 태극기 선물

김천 아포읍 박국천씨

해군 대위로 순직한 아들에게 동료 전우들이 전한 조의금으로 국기를 대량 구입,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박국천(59·김천시 아포읍 송천리)씨. 그는 10일 아포읍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국사리의 한마음아파트 입주민을 비롯 대신·송천리 등 주민 500명에게 태극기, 깃대, 함 등 국기 한 셋트씩(시가 200만 원 상당)을 선물했다. 국기를 선물 받은 주민들은 오는 광복절을 비롯 국경일에 반드시 태극기를 달겠다고 약속했고 아들을 가슴에 묻은 박씨에게 위로와 감사를 보냈다.

해군 정보장교로 재직중이던 박씨의 외아들 규현(30·학사장교)씨가 업무수행중 교통사고로 순직한 건 지난해 1월. 하나만 낳아 잘 키우려 했던 박씨 부부에겐 청천벽력이었다.

게다가 규현씨는 결혼 3개월을 앞둔 시점이었다. 아직까지 아들의 방을 치우지 못하고 제복이며 각종 소지품들을 그대로 보관중이다. "지난해 아들 조의금을 아내에게 줬더니 이걸 어떻게 쓸 수 있느냐고 해 그냥 보관하고 있었죠,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 평소 국경일 때 국기 게양하는 집들이 점점 줄어드는 게 안타깝기도 하고 아들의 나라 사랑했던 마음을 이렇게나마 기려보자는 뜻에서 국기 선물을 생각했다"고 박씨는 말했다.

김천·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사진설명-해군대위로 순직한 외아들을 가슴에 묻은 박국천(왼쪽)씨가 이웃들에게 태극기를 선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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