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수 출판사인 현암사의 조근태(63) 대표의 어깨는 가벼운 듯했다. 올해로 광복둥이인 회사도 설립 60주년을 맞았다.
"더듬어 보면 일보의 전진이 있었는가 하면 후퇴도 있었습니다. 일진일퇴하는 가운데 버젓한 돈벌이는 못했어도 품격있는 출판사로 자라기 위해 애쓰며 연륜을 쌓았던 것 같습니다."
현암사는 선친인 창업자 현암(玄巖) 조상원(2001년 타계)이 광복되던 1945년 12월 대구에서 시사종합지 '건국공론'사를 창간하며 출범했다. 현암은 시인 박목월이 지어준 호라고 한다. '이끼가 가득 낀 바위'라는 뜻이다.
이후 창업자의 호를 따서 현암사로 이름을 바꿨다. 현암사가 출판사로 도약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법전(法典)'을 펴내면서다. 당시 '육법전서'가 있었다. 하지만 육법은 왜색이 짙은 일제의 잔재일 뿐. 해방된 조국의 법을 모은 법령집으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조상원은 '법전'이 옳다고 생각했다. 기획, 편집을 도맡고 실용신안특허까지 받은 '법전' 은 1959년 선보이자마자 '대박'을 터뜨렸다. 판매 첫날 매진되면서 정가 이상으로 팔리는 이변을 낳았다.
창업주 조상원의 손에 이끌려 장남인 조 사장은 1960년대 중반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면서 출판계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잘나가던 회사는 사운을 걸고 추진한 육당 최남선 전집 간행 작업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흔들렸다. 막상 책은 나왔지만 팔리지 않았다. 빚으로 빚을 막는 일을 되풀이했다. 부도를 내고 위기를 모면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신의를 저버려서는 안된다는 선친의 만류와 당부에 정공법으로 헤쳐나갔다. 1980년대 들어 황석영의 '장길산', 이동철의 '꼬방동네 사람들', 최순우의 '한국미술 5000년' 등 베스트셀러를 내놓으며 재무구조 개선에 성공했다.
이후 현암사는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시리즈를 내놓았다. 이 시리즈는 현재 51종이 출간됐다. 특히 1997년에 나온 이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인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꽃 100가지'는 지금껏 30, 40만 부가량 판매되며 스테디셀러가 됐다. 조 사장은 너무 물질적으로 치우쳐 가는 현 세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물론 출판사도 기업이니까 돈을 벌어야 되겠지만 문화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을 망각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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