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교영기자의 의료이야기-영화 '아일랜드'

최근 개봉한 영화 '아일랜드'. 서기 2019년. 먼 미래도 아니다. 불과 14년 후의 일을 상상한 것이다. 생태적으로 오염된 외부로부터 철저히 단절된 세계. 오염된 지구로부터 생존한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들은 모두 흰색 옷을 입고 철저히 통제된 생활을 하고 있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를 떠올리면서 영화가 시작된 지 불과 몇 분만에 머리가 쭈뼛해졌다.

밤마다 같은 악몽을 꾸는 '링컨-6-에코'. 그는 궁금한 게 너무 많다. 왜 흰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는 옷만 입어야 되는지, 왜 똑같은 신발만 신는지, 왜 자기가 먹고 싶은 베이컨은 못 먹고 이상한 영양식만 먹어야 되는지. 이들은 감옥 아닌 감옥에서 지상의 낙원인 '아일랜드'에 가기만을 손꼽으며 갑갑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모두들 별 의심 없이 살아가지만 링컨은 그렇지 못하다. 외부에서 들어온 듯한 날벌레 한 마리는 외부 세계가 오염됐다는 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다. 링컨은 벌레가 들어온 길을 따라가면서 그곳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다.

링컨을 포함한 이곳 사람들은 '복제인간'이다. 그것도 돈 많은 사람의 '영생'을 위해 주문 생산된 복제인간. 의뢰자들의 죽어 가는 장기를 대체해 주기 위해 만들어진 소모품인 것이다. '아일랜드'는 지상낙원이 아니다. 아일랜드로 떠나는 날은 강제로 복제인간들의 장기를 떼어내고 쓸모없게 된 그들의 '숨통'을 끊는 날이다.

영화는 2천500만 달러의 요트와 대여비용만 700만 달러인 캐딜락 자동차, 그리고 시속 150마일의 헬리콥터, 비행 모터사이클 등 최첨단 기기들과 가상의 자석식 열차 등도 눈요깃거리로 손색이 없었다.

짜릿한 쾌감도 잠시. 가슴이 섬뜩했다. 이 영화의 제작자 월터 F 파크스는 "처음 이 영화를 구상했을 때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였으나 한국에서 인간의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해 허구가 아닌 사실이 되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인간복제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원작에는 21세기 후반이 시대적 배경이었으나 영화에서는 2019년으로 앞당겨 놓았다. 더욱이 국내에 영화가 개봉된 뒤 황우석 교수가 '개 복제'에 성공, 전 세계가 난치병 완치의 꿈에 젖어있다.

현실로 다가오는 인간복제와 영생. 영화에서 그것들은 철저한 시장과 자본의 힘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과학과 의술의 진보, 그것은 생명과 종교 윤리의 논쟁뿐만 아니라, '생명과 돈'의 문제로까지 고민하게 만든다. 문제는 영화 속 배경이 더 이상 허구가 아닌 현실로 바짝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무전유죄(無錢有罪), 유전무죄(有錢無罪)'에서 '무전유병(無錢有病), 유전무병(有錢無病)'란 말이 점점 고착화돼가는 느낌이다.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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