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마라톤 '톱 6' 꿈꾼다

침체에 빠진 한국마라톤이 2005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부활을 꿈꾸고 있다.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의 올림픽 금메달과 이봉주(삼성전자)의 보스턴마라톤 우승으로 화려한 나날을 보냈던 한국마라톤은 최근 메이저대회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한 채 부진의 터널에 빠져든 게 사실.

2003년 파리 세계육상선수권과 작년 아테네올림픽에 도전장을 냈지만 높은 벽을 절감하며 입상권에 근접조차 못했다.

13일 오후 8시20분(이하 한국시간) 핀란드 헬싱키 시내 순환코스에서 펼쳐지는 이번 대회 남자 마라톤에는 '오뚝이' 김이용(32)과 제인모(29.이상 체육진흥공단), 조근형(25.코오롱)이 출전해 10위권 진입을 노린다.

개인으로는 '톱 10'이 목표이지만 단체전에서는 '톱 6'를 노리고 있다.

마라톤팀 황영조 감독은 "지난 대회에서 한명이 기권하고도 단체전 18위를 했다. 이번에는 전원 완주하고 한두명이 10위 내로 골인하면 단체전 입상권인 6위 안에 들 수 있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세계선수권 마라톤은 올림픽과 달리 국가별 출전 선수 3명의 기록을 합산해 6위까지 단체전 시상을 한다.

황 감독과 김이용, 제인모는 지난 6월 이미 코스를 답사해 네모난 돌 바닥과 급커브가 많은 코스의 특징을 읽었다.

커브가 많다는 사실은 스피드를 앞세운 아프리카 마라토너들보다 민첩한 쇼트피치(짧은 주폭)를 구사하는 동양권 선수들에게 유리한 점.

게다가 대회 기간 내내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부는 사상 최악의 악천후가 변수로 작용해 의외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황 감독은 "코스와 날씨 조건은 모든 선수들에게 똑같이 적용되지만 조건이 나쁘다는 게 우리 선수들에게 나쁘지는 않다. 무엇보다 먼저 갖춰야 할 건 강인한 정신력"이라고 말했다.

마라톤팀은 현지에 도착한 뒤 '식이요법'을 하느라 제대로 된 밥 한번 먹어보지 못했다.

1주일을 남겨두고 처음 사흘은 단백질만 섭취하느라 양념없이 구운 쇠고기만 먹었고 다음 나흘 간은 탄수화물만 받아들이기 위해 밥과 떡, 구운 김 정도만 소화하고 있다.

트랙.필드의 다른 선수들이 헬싱키 시내 한국식당에서 김치찌개와 불고기를 먹을 때에도 선수촌에 남아 외로운 음식과의 싸움을 벌인 것.

남자 마라톤 엔트리는 98명으로 김이용의 올해 기록(2시간13분04초)은 전체 선수 중 38위 수준이다.

현지에 도착한 오인환 삼성전자 마라톤 감독은 우승 후보로 올림픽 챔피언 스테파노 발디니(이탈리아), 디펜딩 챔프 조우아드 가리브(모로코), 다카오카 도시나리(일본), 훌리오 레이(스페인) 등 4-5명을 꼽았다.

아테네올림픽 관중 난입 사건의 피해자 반데를레이 리마(브라질)는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으나 출전 여부는 불투명하다.

일본은 다카오카 등 올해 기록 2시간7분-9분대 선수들을 내세워 개인 및 단체전 우승을 노리고 있다.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 당시 국내에 왔던 류옥현 감독이 이끄는 북한 마라톤팀은 여자부에 정영옥 등 3명이 나왔지만 남자부에는 리경철(26) 한명만을 출전시켰다.

리경철은 올해 개인최고인 2시간11분36초를 기록해 다크호스로 꼽힐만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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