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근로자들을 ○○○ 선생이라고 불렀어요, 처음에는. 북한에선 그래야 한다기에. 그런데 요즘엔 그냥 ○○○씨라고 합니다. 친해진 셈이죠. 그러니까 일도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개성공단 로만손 협동화공장 내 동일정공 김재일 공장장)
"6월부터 로만손 협동화공장에 나오고 있습니다. 남측 사람들이 어색하다는 느낌요? 전혀 없습니다. 여기 나오니 통일이 다 된 것 같아요." (로만손 협동화공장 대선테크 작업라인의 북측 근로자 홍정애씨)
협동화공장 내 보석식입 전문업체 (주)앤아트. 북측 근로자 리광순(여)씨가 남측에서 가져온 최신형 PC 앞에서 컴퓨터 책을 보며 씨름하고 있었다.
"윈도 체계는 써봤는데 남측 PC의 말 체계가 우리와 달라 애를 먹고 있습니다. 제 업무요? 회계·경리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PC를 빨리 익혀 업무에 이용해야 하는데…. 어쨌든 자신 있습니다." 마흔은 넘어보이는 리씨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잘해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일단 의욕이 대단합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있나요? 눈빛만 봐도 열심히 하려는 마음을 읽을 수 있어요. 가르치는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협동화공장 내 동일정공 박일석 부장은 북측 근로자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1일 오전 군사분계선을 넘어 찾아간 개성공단. 지난해 2만8천 평에 이르는 시범단지가 조성돼 이달 현재 6개 기업이 가동 중인 이곳 주변 도로에는 갤로퍼와 테라칸, 무쏘 등이 쌩쌩 달리고 있었다. 편의점 훼미리마트도 있었고, 우리은행도 문을 열어놓았다. 남측 근로자들은 노래방도 있다고 했다.
이날 공장 준공식을 가진 로만손 협동화공장 내에서 근무하는 북측 근로자는 520명. 시범단지 내 전체 북측 근로자는 이달 초 4천100명을 돌파했다. 공단 조성 이후 남측의 개성공업지구 왕래인원도 연간 평균 2만 명. 개성은 수천 명의 북측 근로자와 평균 700여 명에 이르는 남측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는 '남북 공동 일터'로 변해 있었다.
시범단지 옆 100만 평에 이르는 본 단지 기반조성공사 현장. 지대가 다소 높은 곳에서는 수백m 떨어진 곳에서도 분간 가능할 만큼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 북한군 벙커가 있었던 흔적. 개성이 종전까지 북한의 최대 군사요충지였음을 보여줬다.
남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개성엔 북한군 6사단이 주둔하고 있었고 개성공단 개발 이후 자진해서 모든 군사시설을 철거, 후방으로 주둔지를 옮겨갔다고 했다. 6사단은 유사시 북한군의 조기경보체계를 맡았던 '막중 임무 부대'였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북측 당국의 전폭적 지원, 게다가 기술 습득이 빠른 북측 인력 덕분에 개성공단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달 초 기준으로 시범단지 내 5개 회사에서 119만3천 달러어치의 생산품이 반출됐다.
현대아산에 따르면 시범단지 내 의류패션업체인 (주)신원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작업 능률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중국 톈진공장의 생산성을 능가한다는 자체 판단을 내렸으며,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개성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며 "하지만 이제는 개성공단 입주업체가 부러움의 대상이 됐으며 이달 분양하는 본 단지 1차 분양분 5만 평에 대한 투자설명회에 무려 700여 업체가 참여했다"고 했다.
공단에서 개성 시내 중심가로 들어가는 길. 도로 포장이 말끔하게 돼 있었다. 대형버스 통행에 대비, 좁디좁은 다리를 콘크리트 다리로 개체하는 공사도 한창이었다.
"개성공단을 오가는 남측 손님들 발길이 1년 내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선죽교 주변 관광호텔격인 '자남산려관'의 특산품 판매점에서 만난 북측 여성 안내원은 남측 사람들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거요? 7달러입니다." 백두산 들쭉술을 권하는 그의 말투에는 공업단지에 관광산업까지 얹어보려는 북한의 변화노력이 묻어 있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사진: 11일 오후 개성공단에서 시계를 생산하는 로만손 협력업체인 대신테크 반장(오른쪽)이 북한 노동자들에게 작업공정을 교육시키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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