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청 정국' DJ입원…다급해진 청와대·열린우리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입원이 도청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여권은 이 같은 상황을 수습하지 못할 경우, 호남 민심의 극심한 이반을 초래할 수 있고 도청 공개에 대한 현 정권의 '진정성'마저 의심받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연정 구상에 이어 터진 불법도청 문제가 불거지면서 DJ의 입원까지 겹쳐 호남 민심이 흔들릴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청와대와 열린 우리당이 다급해진 이유다.

◇ 청와대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오후 김 전 대통령이 입원중인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김우식 비서실장을 보내 난과 함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는 뜻을 전했다.

김 실장은 "최근 국정원 과거 도청 사건과 관련한 시중의 음모설은 사실이 아니고 일체의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없다"고 참여정부의 입장을 설명했고, DJ는 "노 대통령이 직접 비서실장을 보내 문병하고 설명해 주신데 대해 감사한다"고 답한 것으로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발표했다.

그러나 DJ의 최경환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은 주로 듣기만 하셨고, 김 실장이 설명하는 어느 대목에서는 '알았다'고 답했으나 어떤 대목에서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고 말해 청와대 발표와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청와대 측 발표에는 '문병에 감사한다'는 내용에 방점이 찍힌 반면, DJ측은 "주로 듣기만 했다"는 쪽을 강조해 양측의 온도차가 여전함을 보여준 것.

◇열린우리당

당내 DJ 참모출신들은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모임을 갖고 국정원 발표 이후 DJ가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뒤바뀐 양상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당 소속 전직 의원들이 DJ와의 면담이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고, 민주당이 연일 '음모론' 공세를 펼치는 데 대한 대응 전략의 일환인 셈이다.이날 모임에 국민의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역임한 문희상 의장은 '모양상' 제외됐다.

한 호남 의원은 "DJ가 타격을 입는 데 대해 안타까워하는 것이 호남민심"이라며 "당장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DJ는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민주화와 인권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며 "그 누구도 이러한 업적을 계승한 참여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이간질할 수 없고, 분리할 수 없다"고 밝힌 것도 호남민심의 이반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DJ를 향해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한 의원은 "군사정권 시절과 도청의 정도와 방법은 달랐더라도 도청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잘못됐다는 반응이 나오는게 정도가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입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DJ를 달래기 위해 국정원을 비판하는 목소리와는 달리 여권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주장도 제기됐다.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광재 의원은 "지금 사회가 뭘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게 아니고, 김승규 국정원장이 의도를 갖고 발표했다고 볼 수 없다"며 정파간 ·불리를 따지기보다는 어두운 과거를 털어내는 국가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봐야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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