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이산가족

5년 전 남북 첫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50년 만에 북에 두고 온 아들을 만나는 팔순의 어머니가 준비한 선물은 두꺼운 양말이었다. 1'4후퇴 때 열살이 채 되지 않던 아들을 맨발로 꽁꽁 얼어붙은 강을 건너게 할 수 없어 "곧 돌아 올 테니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있어라"며 남겨 둔 게 영영 이별이었다. 양말 한 켤레만 있었어도 헤어져 살지 않았을 거라며 50년만에 다시 만난 초로의 아들에게 양말을 신겨 주던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 지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시작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26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까지 합쳐 11차례 열렸다. 대략 7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남한내 이산가족 수를 감안할 때 상봉은커녕 생사조차 알길 없는 이산가족이 여전히 많다. 분단을 직접 경험한, 123만 명에 이르는 이산 1세대는 생사의 갈림길에 들어선 고령이다. 헤어진 피붙이를 다시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

◇ 경찰청'보건복지부 등의 통계에 따르면 빈곤과 실직, 미아 등으로 지난해 아동복지시설에 맡겨진 아이는 3천500여 명에 이른다. 이 중 대부분은 가족을 찾지만 아직 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한 장기 미아도 700명이 넘는다. 해외 입양 50주년을 맞아 지난해 열린 입양인대회 참가자는 15개국에서 온 430명이었다. 버려진 이들은 그러나 부모와 조국을 원망하기보다 하나같이 밝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 30년 전 북으로 끌려간 납북 어부가 오늘 강원도 주민진 고향집 어머니 품으로 돌아온다. 오징어 잡이 배를 탔다가 끌려간 아들을 애타게 기다리던 어머니의 정성이 아들을 돌아오게 했다. 79년 '하늘만 보고 가지 못하는 것이 원통하다'는 아들의 편지 이후 몇 번이나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지만 북에서 온 회답은 번번이 확인불능이었다. 남북자 가족 모임의 도움이 어머니와 아들의 재회를 가져왔다고 한다. 북에 끌려가 결혼한 아들은 북에 남겨지는 가족과의 또 다른 이산에 고국행을 망설인다고 한다.

◇ 가족의 전제는 같이 산다는 것이다. 이산가족은 가족의 조건을 잃은 가족이다. 스스로의 의지로 떨어져 사는 일도 가슴 아픈 일인데 사회의 잘못된 구조로 같이 살지 못하는 이산가족의 아픔은 상상할 수 없다. 전쟁과 가난, 부모의 이별 등으로 헤어져 사는 이산가족의 슬픔과 고통을 나눠 질 방법은 없을까.

서영관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