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복 60주년-어제,오늘 그리고 내일-(3.끝)한-일 관계의 미래

광복 6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한일관계는 대한해협의 파도와 함께 출렁이고 있다.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에 뒤이은 일본 내 한류붐으로 한일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했지만 고이즈미 일본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우익 역사교과서, 독도 문제 등으로 양국관계는 다시 흔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국 민간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우기 위한 활발한 교류를 통해 양국 사이에 존재하던 높은 벽을 서서히 허물면서 발전적 미래를 그려내고 있다. 일요일이었던 7일 오전 8시 30분.

100년 전 두 나라를 처음 이었던 뱃길을 따라 전날 밤 일본 시모노세키(下關)를 출발한 부관(釜關)페리호가 뱃고동을 울리며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페리호는 밤새 파도에 지친 한국인과 일본인 승객 400여 명을 쏟아냈다.

"예전에 한국에 대해 모를 때는 편견과 차별의식을 가졌지만 조금씩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을 알아가면서 예전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는 교토 고교 교사 히라이 아키라(59)씨는 12일 간 일정으로 한국어를 배우려고 이 배를 탔다.

일본승객의 방한목적은 한국어배우기 외에도 자매결연학교 방문, 한국중소기업과의 거래, 홈스테이, 국제시장 쇼핑 등 다양했다. 부산 개성고 축구팀과의 친선교류전을 위해 이날 선수 20여 명과 함께 온 스기야마 고이치(32) 규슈 국제대부속고 축구부 감독은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예전 축구선수일 때부터 한국선수들과 친하게 지내 정서적으로도 가깝다"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그는 한일관계가 나빠져도 양교간 축구교류는 계속될 것이라며 "시민간의 교류가 늘어나면 결국 양국관계도 좋아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광복 60년이 됐어도 한일관계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듯 불안하지만 이번 여름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에서만큼은 그런 분위기를 느끼기가 자못 힘들었다.

출국장은 일본으로 떠나는 한국 초·중학교 단체여행객으로 발디딜 틈 없고, 입국장은 한국을 찾은 일본 단체관광객들로 가득하다. 부산-후쿠오카 뱃길 215㎞는 2시간55분 만에 주파되고 왕복비용도 성인 1인 기준 17만1천 원으로 항공기 가격의 절반 정도여서 최근 승객이 급증하고 있다.

부산-후쿠오카 쾌속선의 경우 첫 취항한 1991년 5만 명에서 2004년 65만 명으로 13배 늘었고, 올 상반기에는 양국관계가 나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동기보다 1만 명가량 늘어나 48만 명을 기록했다.

7일 오후 대학 친구 2명과 8일간 일본 배낭여행을 떠나려고 면세구역에서 배를 기다리던 연평우(21·대학 3년)씨는 "3시간 만에 부산에서 일본으로 가는 배가 있다는 사실을 작년에 처음으로 알았다"며 "일본이 생각보다 가깝다는 것을 실감했다" 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는 더이상 이웃 일본에 열등감이 없다"며 "역사문제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겠지만 발전을 위해서는 대화와 타협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00년 전 이 바닷길은 대륙침략을 위해 일제가 전쟁물자와 병력을 수송하는 데 사용했고 일제강점기에는 한국으로부터 징발된 전쟁물자와 징용자를 실어날랐다. 지금 이 뱃길은 서로에 대해 더 알고 친구가 되기를 원하는 밝은 표정의 양국 젊은이들을 실어나르는 문화와 관광교류의 현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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