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 새 우리나라는 기습 폭우로 물난리를 겪었지만 경주, 포항 등 경북 동부 지역은 극심한 가뭄으로 사람도, 대지도 목이 타들어가고 있다. 상당수 저수지는 이미 바닥을 드러냈고 남은 물은 사수위(死水位·저수지에서 더는 뽑아 쓰지 못하고 남겨두는 수면 높이)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 같은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들판으로 나온 꼬마들은 평소에는 접근조차 꿈꾸지 못했던 저수지 한복판에서 모래찜질을 하거나 쇠스랑까지 동원해 모래성 쌓기를 하며 오히려 가뭄을 즐기는 듯하다. 등 뒤에서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수백m씩 양수 호스를 깔고 있는 부모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헤아리기나 할까?
11일 오후 방학을 맞은 꼬마들의 놀이터가 돼 버린 이곳은 경주시 강동면 왕신지 한가운데이다. 저 멀리 보이는 사수위 이하의 저수지 물로 얼마를 더 버텨낼지 농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약간의 피해를 입어도 좋으니 기습폭우라도 쏟아졌으면…"하며 하늘을 바라보는 농부들의 한숨은 깊기만 하다.
경주·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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