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 재발견] 달성군 '연 빛나는 마을'

대구의 막내이면서 가장 덩치가 큰 달성군. 30분 정도만 차를 타고 나가면 비슬산을 포함해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번 주에 찾은 곳은 낙동강변을 따라 흐드러지게 핀 연꽃을 원없이 감상할 수 있고, 대구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강변 노을을 만끽할 수 있는 마을이다.

경북 성주로 향하는 국도를 따라 택지개발이 한창인 죽곡을 지나 5분쯤 가면 지하철 2호선 차량기지가 오른쪽에 보인다. 다시 길을 따라 5분 남짓 달리면 손칼국수로 유명한 동곡네거리. 여기서 좌회전. '봉촌'이란 표지판을 따라가면 된다. 쭉 외길로 가면 마을 한 가운데쯤 '봉촌1리'라는 표지석이 있는데 여기서 좌회전하면 오늘의 목적지 '연 빛나는 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

정식 행정명칭은 달성군 하빈면 봉촌2리. 건물 사이사이 빈 터에는 어김없이 연밭이 있기 때문에 흔한 플래카드 하나 없어도 여기가 연(蓮)으로 이름 난 마을임을 짐작할 수 있다. 마을 끝자락에 포플러 숲이 보인다. 지난 해부터 조성된 농촌체험장이다. 커다란 고무통 수십여개에 담긴 연과 어설프게 만들어진 산책로, 그리고 가건물처럼 지어진 식당까지 첫 인상은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체험장은 그저 도시에서 온 손님을 맞기 위해 만들어놓은 '베이스 캠프'일 뿐. 정작 제대로 된 볼거리는 아직 모습도 드러내지 않았다.

이쯤에서 '연 빛나는 마을'에 대한 소개 한마디. 원래 이곳은 마땅한 재배 작물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난 1980년 주민 박치길(55)씨가 연근 재배지로 유명한 동구 반야월에서 종자를 구해 시험재배를 시작했고, 4년여에 걸친 실패 끝에 결국 진흙뿐 아니라 모래에서도 연근 재배가 가능한 것을 입증했다. 이후 주민들이 잇따라 연근 재배에 나섰고, 지금은 무려 20만평에 걸친 연근 단지로 탈바꿈됐다. '봉촌 연근'으로 불리는 이곳 연근은 진흙 연근과 달리 깨끗하고 색깔도 좋아 서울 가락공판장에서 최고 상품으로 인정받는다. 지금은 가구당 연근 순소득만 2천500만 원에 이를 정도.

이렇게 조성된 연근 단지는 현재 관광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체험장이 조성된 것도 단순히 연근을 생산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도시민들이 직접 재배 과정도 지켜보고, 아울러 낙동강변에 수km에 걸쳐 끝가는 곳 없이 펼쳐진 연근밭을 관광상품화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이종한(48) 추진위원장은 "지난 2003년부터 체험장이 본격적으로 조성됐으며 보다 세련된 농촌체험마을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체험장만 보고 '연 빛나는 마을'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일단 체험장에 있는 식당에서 연근 맛부터 보자. 연근 튀김과 연근 국수의 맛도 각별하지만 연근밭에서 자라는 미꾸라지 튀김도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중에 별미. 민물 매운탕은 바로 옆 낙동강변에서 잡은 고기로 만든 것이다.

포플러 숲 사이의 산책로를 걸어보자. 조롱박과 수세미 덩굴로 만들어진 터널에서 시작해 곱게 깔린 자갈밭을 따라 걷다보면 토끼 굴도 구경할 수 있다. 체험장 바로 곁에는 누에를 치는 양잠시설, 사냥개와 거위를 기르는 농장, 토마토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있다. 물론 체험장의 일부가 아니라 개인 농장이지만 말만 잘하면 아이들에게 색다른 구경도 시켜줄 수 있다.

1천 원을 내면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낙동강변 둑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둑 양쪽이 온통 연근 밭이고 지금은 연꽃이 만발해 눈을 즐겁게 한다. 게다가 연밭 사이로 뛰어다니는 개구리와 어미를 따라 일렬로 물 위를 헤엄치는 오리를 구경하는 것은 덤. 강둑에 내려서서 연근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면 강변까지 갈 수 있다. 낙동강을 이처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도 흔치 않고 낙동강변 저녁 노을을 바라보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돌아오는 길에 동곡에 들러 손칼국수와 돼지고기 수육 한 접시까지 곁들인다면 더할 나위 없는 주말 나들이 코스가 되지 않을까. 김수용 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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