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혼탁한 한국에 유림 숲 만들고파"…'유림' 펴낸 최인호

"혼탁한 현실을 걸러주는 한 줄기 빛을 찾고 싶었습니다". 작가 최인호가 새 장편소설 '유림'(儒林.전6권) 1부 3권을 출간했다. 2천500년 유교의 역사를 소설로 형상화 한 거대 서사시를 이루어낸 소감이다.

작가가 유림을 구상한 것은 사실상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허를 주인공으로 한 '길 없는 길'이란 장편소설을 신문에 연재하고 있을 무렵이다. "인도에서 출발한 불교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서 찬란한 꽃을 피운 사실을 소설로 쓰면서 우리 민족의 혈맥 속에는 불교뿐 아니라 또 하나의 원형질이 깃들어 있음을 깨달았죠".

그것이 바로 불교와 거의 동시에 중국에서 공자로부터 비롯된 유교(儒敎)였다. 우리 민족의 피 속을 흐르는 또 하나의 원형질인 유교에 대한 소설을 쓰지 않고는 우리의 민족성을 파헤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작가는 그래서 10년 전 이미 두 차례나 공자의 고향인 곡부(曲阜)와 공자의 사당이 있는 태산, 공자가 주유열국을 시작하였던 위(衛)의 수도 임치(臨淄)에 올라 사전답사를 하면서 작품 구상을 했다.

공자의 무덤을 둘러보면서 소설의 제목을 미리 정해두었는데, 그것이 바로 '유림(儒林)'이다.

그러나 막상 소설로 형상화하는 일은 시절인연이 맞닿아야했다.작가는 불교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서 위대한 사상가 원효를 탄생시킨 것처럼, 유교 역시 위대한 사상가인 퇴계를 낳았다고 한다.

석가모니의 불교가 원효에 의해서 사상적으로 열매 맺었다면, 공자의 유교 역시 퇴계에 의해서 사상적으로 열매 맺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원효와 퇴계라는 불세출의 위대한 사상가를 배출한 유례없는 정신적 선진국이라는 것이 작가의 지론이다.

"그런데 오늘의 이 현실은 어떻습니까. 건국 이래 이처럼 무례와 부도덕으로 얼룩지고, 정치가 혼란스러운 적은 없었습니다". 작가는 이어 오늘 우리는 천민자본주의에 젖어 세계적 성리학자인 퇴계의 사상보다는 퇴계의 얼굴이 그려진 화폐만을 더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자고 한다.

그는 또 "공자여, 과연 그대가 2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에 다시 살아간다 하더라도 수년 안에 우리나라의 어지러움을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 조광조여, 과연 그대가 5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올 수 있다 하더라도 국민의,국민을 위한,국민의 경세지략을 펼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묻는다.

"내가 굳이 박수무당이 되어 공자의 혼을 불러들이고, 이퇴계와 조광조를 초혼(招魂)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일찍이 독일의 철학자 피히테는 나폴레옹에게 패망한 국민들에게 '독일 국민들에게 고함'이란 글을 썼습니다. 비탄에 빠져 있는 독일 국민들에게 '불행은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식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고 역설한 것이지요".

최인호는 자신도 감히 사랑하는 조선 민족들에게 불행을 극복하기 위해서 이 글을 바치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효(孝)와 충(忠)과 예(禮)와 경(敬)으로 가득 찼던 숲, 유림의 숲으로 가자고 한다.

유림의 1부 3권이 유가의 전반기 숲이라면 나중에 완성될 2부 3권은 후반기 숲이라고 소개하는작가는 14일 오후 3시 대구 교보문고에서 팬사인회를 가지고 대구의 독자들과 만남의 시간도 가진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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