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두 편의 마니아 드라마로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 불과 얼마 전까지 거센 돌풍을 일으키며 드라마국뿐 아닌 MBC 전체에 활력을 불러일으켰다. '드라마 왕국'이 서서히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축제 분위기도 감돌 정도였다.
그러나 '내 이름은 김삼순'이 끝나자마자 다시 MBC는 '굳세어라 금순아' 하나만 바라보는 처지가 됐다. '…김삼순' 후속으로 방영한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극본 민효정, 연출 이재동)가 전작의 후광도 전혀 없이 6~7%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흥행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월화드라마 '변호사들'(극본 정성주, 연출 이태곤)도 10% 벽을 넘기지 못한 채 7~9%의 시청률에서 맴돌고 있다.
그러나 이들 두 드라마는 여느 인기 드라마 못지않은 열혈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KBS '부활'과 함께 TV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개척중이다. 극본의 탄탄함과 연출의 치밀함,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력이 조화를 이루고 있지만 SBS TV '패션70s'의 인기에 번번이 주저앉고 있다. 미스터리 장르 특성상 처음부터 내용을 알지 못하면 잘 이해되지 않는 단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더욱이 '패션70s'가 28회 방송을 결정하면서 동시에 막을 내리게 돼 '내 이름은 김삼순' 종영 후 시청률이 두 배 가까이 오른 '부활' 같은 행운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이하 '이별대세')는 일요아침드라마 '단팥빵'의 팬들이 속속 집결하고 있다. 이재동 PD와 최강희 콤비가 극을 만들고 이끄는데다 '단팥빵' 출연 배우들이 카메오 출연하는 등 '단팥빵' 향기가 배어 있기 때문.
'이별대세'는 로맨틱 드라마로서는 채택하기 힘든 이별을 소재로 하는 등 참신한 내용이 호평받고 있지만 캐스팅이 경쟁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받고 있다. SBS '루루공주'의 경우 너무나 식상하고 뻔한 흥행코드로 극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김정은과 정준호라는 스타 파워가 빛을 발하며 20%대 초반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루루공주'가 안팎의 비난을 받으며 시청률이 더 이상 오르지 않는 답보상태라는 점이 '이별대세'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마니아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배우들로선 오히려 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김상경은 시청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며 "하루 방송하면 날아가 버리는 소모적인 것이 아니라 영원히 남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는 장인정신, 예술가 정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적었다. 시청률이란 하나의 보너스일 뿐이라는 것.
다만 '폐인'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던 '다모'처럼 마니아층의 결집과 함께 10%중반대의 안정된 시청률만 확보된다면 아쉬움이 덜하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사실.
방송 관계자들은 "시청자들이 자기 취향에 맞는 드라마를 선택하고, 그 드라마에 대한 열렬한 지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라면서 "두 드라마는 시청률은 높지만 욕먹는 드라마보다는 훗날 훨씬 나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 두 드라마는 MBC에 뿌듯함을 안겨주는 동시에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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