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금녀(禁女)의 성벽을 다 깨뜨리고 모든 분야에 여성이 진출하는 단계로 사회가 변했습니다. 실력을 갖춘 여성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든든해요."
'여성학의 대모'로 불리는 이효재(81) 경신사회복지연구소장은 광복 60주년을 맞아 여성의 삶을 이렇게 돌아봤다.
1924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이 소장은 미국에서 사회학을 공부한 뒤 1958년 이화여대 사회학과 개설에 참가했고 한국여성민우회 초대 회장(1987), 한국여성단체연합회장(1990) 등을 지내며 여성학과 여성운동의 역사를 함께 했던 인물. 1997년부터는 경남 진해의 경신사회복지재단 부설 사회복지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 여성의 사회 참여를 위한 정책 자문을 하고 있다.
이 소장은 1969년 이화여대 여성자원개발연구소를 창설해 주부들이 자녀양육, 가정문제 등을 공동 해결해 나가도록 연대하는 활동을 펼쳤다. 1980년대 들어선 일하는 여성의 증가로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자 자녀양육문제와 '공보육' 개념을 제기했고, 가정에서도 평등한 남녀 역할을 주문하게 됐다. 이 소장은 "1980년대를 전후해 직장 내 노동조건 개선 과정에서 직장과 가정에서의 성폭력 문제가 함께 대두됐다"며 "1986년 '권인숙씨 성고문 사건' 이 촉발제가 됐고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기생관광에 대한 문제의식도 제기됐다"고 부연했다. 1990년대 들어 '군 위안부' 문제가 심각한 여성 인권침해 문제로 인식되면서 그동안 부끄럽게 여겨졌던 성 문제도 부각됐다.1990년대는 여성들의 의식이 당당해지고 개방된 시기였고, 호주제 폐지운동이 꾸준히 펼쳐져 올 들어 이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과거 여성학을 정리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 소장은 "요즘 가족 해체 문제로 가장 피해를 보는 게 어린 자녀들"이라며 "일하는 여성의 자녀양육문제 때문에도 그렇고, 국가와 사회가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하고 싶은 욕심과 지역사회를 위한 조사연구를 위해 서울을 떠났다는 이소장은 해방 직후 진해에서 고아원을 시작한 아버지(고 이약신 목사)에 대한 전기를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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