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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지 못하지만 애국심 남달라요"

광복절 60주년을 맞아 달서구 일대 중산층 아파트 숲 속에 유독 태극기 물결이 일렁이는 곳이 있다. 이 아파트는 전체 가구 중 절반이상이 태극기를 베란다 밖에 내걸어 인근 다른 아파트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4시 달서구 월성동 주공아파트 3단지. 주택관리공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12, 13평형 영세민 아파트인 이 곳에는 주로 국민기초생활수급자들이 살고 있지만 지난 11일부터 태극기를 내걸기 시작, 8개동 1천482가구 중 절반이 넘는 800여 가구가 태극기를 달았다.

관리사무소측은 지난 11일부터 매일 서너차례 안내방송을 통해 태극기 걸기를 장려했으며, 부녀자회는 폐지 등 재활용품을 팔아 생긴 수익금으로 태극기를 구입, 국기가 없는 가구에 무료 배포했다.

아파트 주민들도 이같은 분위기에 적극 동참, 태극기 걸기에 나섰으며 걸지 않는 이웃을 독려했다.

308동에 사는 주민 박선자(53.여.국민기초생활수급자 1급)씨는 "가난하지만 정이 많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누구못지 않다"며 "1층부터 15층까지 일렬로 태극기가 달려있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경로당 노인들도 애국대열에 나섰다. 307동에 사는 박창성(64)씨는 "젊은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주기 위해 태극기 달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젊은 세대들은 여전히 태극기 달기 운동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주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성영기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지난해에는 당일만 안내방송을 해 태극기 달기운동이 다소 썰렁했는데 올해는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애국심은 오히려 가난한 민중의 마음에서 더 활활타오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광복 60돌을 맞아 지난 11일부터 태극기 달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대구 달서구 월성동 주공아파트. 14일 한 주민이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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