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진엑스포 통역 활약…울진원자력본부 직원들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골마을인 울진에서 개최되는 국제행사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지난 달 22일부터 25일간 친환경농업을 주제로 열리고 있는 울진엑스포 행사장 한켠에 22개국의 농. 특산물을 전시한 세계관.

무더운 날씨에 밀려드는 관람객들을 상대하는 것만도 쉽잖은 일인데 부스 관리자에게 영어로 묻고 이것을 다시 관람객들에게 설명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원봉사 통역관으로 배치된 한국수력원자력(주) 울진원자력본부 직원들.

엑스포 기간 동안 1개조 20명씩 모두 4개조 80명이 투입됐다. 조당 근무기간은 1주일. 오전 8시30분까지 출근해 오후 8시가 넘어서 퇴근한다. 이들은 11시간이 넘게 강도높은 근무를 하고 있지만 한결같이 보람있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올 해 입사해 지난 달 8일 울진으로 배치 받았다는 신입사원 최영(27·여)씨는 "첫 직장생활에서 업무보다 동료들을 먼저 안 것이 조직 생활 적응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자원봉사를 통한 회사의 이미지높이기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자긍심과 실전 영어 교육, 동료애까지 덤으로 다졌다"고 했다.

자원봉사팀의 영어실력은 믿을만하다. 맏형 격으로 필리핀 부스 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안성식(42)과장은 영어 테스트를 거쳐 선발됐기때문에 어학실력들이 대단하다고 했다.

인도 부스 담당인 선원상(28)씨는 동료들도 인정하는 실력파. 토익점수가 만점에 가깝다는 게 동료들의 귀띔. 선씨는 "마르셀라라는 여성이 콜롬비아 부스에서 자원 봉사자 없이 혼자 근무하기에 기사도 정신을 발휘, 손발을 다 사용해 가며 20여분간 자진 통역 봉사를 했는데 이를 묵묵히 지켜보던 그녀가 한국인을 남편으로 둔, 그것도 한국 생활 5년차로 수준급의 우리말을 구사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해프닝을 소개했다.피희경(24)씨는 유학파 출신. 연세대 교육학과 4년생으로 홍콩에 어학연수를 1년 정도 다녀왔다는 피씨는 "졸업반이라 망설임도 없지 않았지만 울진원전에 근무하는 아버지의 권유로 참여하게 됐는데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6.25 전쟁 때만 해도 필리핀이 파병을 할 정도로 부강했었는데 지금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된 조국이 안타깝다'면서 원전측이 각국 부스에 나눠 준 부채를 50여개나 수집한 필리핀 부스 에드나의 모습에서 많은 걸 배웠어요. 올 여름은 우리들 자신이 정말 열심히 살아야 할 존재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 의미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며 봉사자들은 활짝 웃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사진 : 울진 세계 친환경 엑스포 자원봉사 통역에 나선 한국수력원자력(주) 울진원자력본부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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