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을 반짝였지만 그들은 '삼성 골수팬'을 자처했다. 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리면 어김없이 벽안의 두 외국인이 사자 유니폼을 입고 응원석에 자리를 잡는다. 미국인 버슬리 크리스(33)씨와 먼델라 제프(37)씨.
대구의 미군 부대 캠프 워커(대명동)에서 컴퓨터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은 지난 5월부터 화, 목, 토요일이면 꼭 삼성 경기를 찾는다. 홈 구장뿐만 아니라 대전, 부산, 서울 등 원정 경기장에서도 이들의 얼굴을 볼 수 있다.
크리스씨는 지난 1993년부터 8년간 서울 용산 미군부대에서 군 복무를 하다 한동안 미국에서 생활한 뒤 2003년 다시 한국으로 왔고 제프씨는 2003년 4월부터 국내에서 근무했다.
국내에서 10년 이상 생활한 크리스씨는 한국인보다 더 능숙하게 한국말을 구사한다.
삼성 팬이 된 이유에 대해 이들은 "대구 연고 팀이기 때문"이라며 "지난해까진 TV를 통해 야구를 봤지만 올해부터는 야구장을 직접 찾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이들은 광적인 야구팬이었다. 미국 미네소타주 출신인 크리스씨는 미네소타 트윈스 팬이었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출신인 제프는 당연히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팬. 하지만 야구장까지 거리가 멀고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자주 가지는 못했다고 한다. 크리스씨는 "야구장까지 350km를 가야하고 비용도 200~300달러 가량 든다"고 말했다.
이들은 야구장을 찾을 때 꼭 맥주를 가져온다. 얼마 전에는 캔 맥주 36개를 가져와 주변 사람들과 나눠 마셨다고 했다.
항상 함께 야구장을 찾지만 좋아하는 선수는 다르다. 크리스는 양준혁을, 제프는 박한이를 좋아한다. 크리스는 최근 양준혁의 대기록 경신을 꼼꼼히 체크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양준혁의 생일 파티에도 참석했다고 자랑했다. 미국에서는 볼 수 없는 '치어리더'는 이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다. 최근 한국인 여자 친구와 함께 야구장을 찾은 제프는 치어리더에게 눈길(?)을 보냈다가 사랑싸움으로까지 번졌다고 했다.
이들은 "메이저리그에 비해 경기 수준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2002년처럼 삼성이 꼭 우승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사진 : 크리스(왼쪽)씨와 제프씨가 13일 삼성-롯데의 경기가 열린 대구시민야구장을 찾아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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