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성관광 르포 "1960년대 한국 농촌풍경"

지난 11일 낮 자동차를 타고 개성공단을 출발, 개성시내로 방향을 잡았다. 도로는 최근 포장된 것이었다. 관광에 대비한 흔적. 폭이 왕복 2차로쯤 됐다. 도로 곁 모습은 TV에 나오는 1950, 60년대 우리나라 농촌 풍경이었다. 기자와 동행한 50, 60대 남측 사람들은 "우리 어릴 때 생각이 난다"고 했다.

차는 거의 없고 자전거만 다녔다. 자전거가 많다 보니 자전거에도 번호판이 붙어 있었다. 이따금 다니는 자동차는 자동차박물관 사진에 나오는 것처럼 구닥다리였다.

자동차로 정확히 15분쯤 달리니 개성시내로 들어왔다. 시내 도로는 왕복 4차로 폭은 되어 보였다. 차선이 없었고 다니는 차 역시 찾아보기 힘들었다. 시내로 들어오자마자 이내 선죽교에 닿았다. 고려 때 충신 정몽주가 숨진 자리. 길이 8.35m, 폭 3.36m의 자그마한 교량이었다.

다리 밑은 도랑 수준의 개천. 핏자국처럼 불그스레한 표시가 다리 위에 있었으나 안내원은 실제 핏자국이 아니며 정몽주를 기리기 위해 후대가 '핏빛이 나는 돌'로 바꿔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선죽교 옆엔 '하마비' '난간 기념비' '선죽교비' 등 정몽주의 뜻을 기리는 비석이 서 있었다. 선죽교비는 한석봉의 필체라고 안내원이 설명했다. 필체가 크고 시원스러웠다.

이날 점심식사는 선죽교 바로 옆 자남산려관(우리의 여관 수준. 영문으로는 자남산 호텔이라고 되어 있었다)에서 했다. 빵과 떡, 오이·양파, 약밥, 계란말이, 햄, 양장피 등이 첫 번째 나온 메뉴. 상 위에는 5도짜리 봉학맥주, 우리의 소주격인 령통술(25도)에다 백두산 들쭉술(40도)이 준비돼 있었다. 이어서 대구 튀김이 나왔고, 이후 밥과 단고기가 마지막으로 올라왔다. 단고기는 우리 소불고기처럼 요리돼 나왔다.

전반적으로 음식에 양념 및 소스가 없는 편. 양장피 요리도 소스로 버무려져 있지 않아 남측 것과 달랐다. 기자는 입맛이 안 맞아 이날 거의 젓가락을 들지 못했다. '북측은 식량난인데 음식을 이렇게 남겨도 되나'라며 걱정하는 일행도 있었다.

고려 때 성균관이었던 고려민속박물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선죽교에서 차로 5분 정도 떨어져 있었다. 성균관 건물에다 고려시대 1천여 점의 유물을 전시,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1천 년 된 은행나무가 반긴다. 나무 크기가 워낙 커 볼거리다. 이 은행나무 열매는 북측의 유명 요리인 신선로(40여 가지의 재료가 들어가는 최고급 요리)에 들어간다고 안내원은 전했다.

박물관 안에는 세계 최초 금속활자와 고려 때 도장, 고려청자 등이 전시돼 있었고 왕건 왕릉에서 나온 청동 주전자 등이 다량 있었다. 공민왕릉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시설이 남측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곳 관람료는 북한돈으로 20원. 남측 관람객들의 방문이 끝나자마자 박물관은 문을 걸었다. 관람 중에도 북측 일반 관람객들을 볼 수 없었다. 남측 관광객과 북측 일반 주민들의 접촉을 차단하려는 의도인 것 같았다. 이곳 특산품점에서는 인삼제품이 인기였다.

개성에는 왕건왕릉과 공민왕릉이 있고 송악산, 황진이 무덤, 박연폭포 등도 볼거리라고 북측 안내원은 말했다. 또 한옥촌으로 불리는 전통 가옥 밀집지가 있으며 정통 한정식을 맛볼 수 있는 곳도 개성시내에서 갈 수 있다고 했다.

현대아산 측은 이르면 오는 26일쯤, 늦어도 다음달 중에는 개성시내 시범관광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일코스로 진행할 방침.

하지만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관광지 편의시설이 부족했고 상점마다 물건의 가격차도 심했다.

특산품 파는 곳은 관광지 곳곳마다 있었으나 음료수·간식 등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은 아예 없었고 화장실도 잘 보이지 않았다.

특히 관광지마다 물가 차이가 컸다. 북측으로 들어가는 군사분계선 부근 특산품점의 경우, 남측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백두산 들쭉술이 무려 30달러. 하지만 선죽교 부근 호텔에선 7달러를 불렀다. 현대아산 측은 특산품의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정보를 잘 파악하고 물건을 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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